"영혼이 있는 투자"

머니투데이 김준형 기자 | 2002.10.15 15:37
투자의 최고 적(敵)은 탐욕과 공포이다. 상반된 상황에서 접하는 두가지 적을 여유있게 제압할 수 있다면 투자에서 성공하는 것은 물론 가히 현인의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을 꼽으라면? 단연 존 템플턴 경(90)이다.
탐욕과 공포로부터 해방돼 현인의 반열에 오른 템플턴의 투자철학을 담은 책이 '존 템플턴의 영혼이 있는 투자'라는 이름으로 처음으로 국내 투자자들을 찾아왔다. 페인웨버사 투자부문 수석부사장을 지냈으며 존 템플턴 재단의 자문위원인 게리무어가 지었다. 원제는 'Spirituai Investment' 워렌 버핏, 앙드레 코스톨라니, 피터 린치, 벤저민 그레이엄 같은 대가들에 대한 글은 널리 익히고 있는데 템플턴에 관한 책을 여지껏 접하지 못했다는게 새삼 의아해진다.

독약에 가까운 농약을 듬뿍 친 재료, 혀의 유두를 자극하는 갖가지 화학 조미료가 범벅된 불량음식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유기농산물에 멸치국물로 우려낸 깊은 맛과 영양을 모른다. 나중에 몸이 망가지는 '비용'을 치르고 난 뒤에야 확인할 수 밖에. 셀수없는 자칭 '고수'들이 '필살비법'이라며 내놓는 주식 책들에 비하면 이 책의 내용은 일견 도대체가 영양가가 없어 보인다.
'비법'에 연연해 하는 사람들에게 템플턴은 저평가된 주식을 사서 오래 갖고 있으라고 간단히 말한다. "시장의 흐름이나 경제전망에 좌우되지 말라, 개별종목의 내재가치를 판단하라, 주식시장과 경제상황은 반드시 같은 방향으로 함께 움직이지 않는다" 그가 외환위기 발발 직후 한국시장에 주저없이 투자해 수익을 낼수 있었던 것도 이같은 원칙을 실천에 옮겼기 때문이다. 템플턴의 투자원칙은 이어진다. "팔아야 할 시점은 시장이 추락하기 이전이지 추락한 다음이 아니다" 불과 얼마전까지 1000을 바라보던 종합주가지수가 500대까지 떨어지는 '이해할수 없는' 시장 앞에서 패닉(공황:Panic)에 빠져드는 투자자라면 다시 음미해봐야 할 대목이다.
그렇다고 해서 템플턴이 항상 'BUY'를 외치는 낙관론자는 아니다. 2000년초에는 주가가 고평가돼 있다며 자산중 75%를 미 국채같은 안전자산에 투자하라고 권했다. 90을 넘게 살아온 노(老)현인은 '닷컴 버블은 탐욕이 빚은 또 하나의 패닉'이라는 속살을 정확히 읽어낸 것이다.

템플턴을 다른 투자의 대가들과 확연히 구분짓는 화두는 윤리이다. '정직해서는 돈 못번다, 투자와 윤리가 어울릴 법이나 하냐'는 냉소주의는 템플턴 앞에서 할 말을 잃는다. 평생 그렇게 재산을 불려온 템플턴 자신은 물론이고, 그가 설립한 프랭클린 템플턴 펀드는 여전히 담배 도박 같은 '비윤리적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으면서도 세계 5대 뮤추얼펀드로 꼽히며 투자자들의 신뢰를 쌓고 있다.

저자인 게리 무어는 템플턴의 투자원칙은 "더 나은 투자를 위한 것일뿐 아니라 인간관계와 직장 생활을 포함한 삶의 모든 영역을 더욱 알차게 해주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의 말처럼 이 책은 단순한 투자지침서가 아니다. 한페이지를 넘길때마다 상단에 '투자의 원칙'과 '영혼의 원칙'이라는 커다란 글씨를 발견할 수 있는 것도 이때문이다.
한국일보 기자, 머니투데이 국제부장출신으로 이 책을 번역한 박정태씨는 말미에 자신이 머니투데이에 연재했던 템플턴 관련 기사를 독자들에게 들려준다. "남에게 돈을 줘버리면 그 사람에게는 돈이 없어집니다. 하지만 사랑은 주고 나면 더 많이 남습니다. 이게 돈과 사랑의 차이 입니다"

대박의 꿈에 영혼이 피폐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잠시라도 스친 적이 있다면, 분량은 두텁지 않지만 담고 있는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은 이 책을 손에 잡아 보기를. 굿모닝북스 刊, 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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