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자고등학교 앞에 수험생을 태운 순찰차량이 등장했다. /사진=김지은 기자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진 14일 오전 7시55분쯤. 서울 종로구 덕성여자고등학교 앞. 교문 앞에서 수험표를 검사 받던 여학생 얼굴이 갑자기 사색이 됐다. 학생 수험표를 확인하던 선생님이 "이 학교가 아니다"라고 말했기 때문.
여학생이 가야 하는 학교는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동덕여자고등학교였다. 택시기사가 고등학교 이름을 착각해 학생을 다른 학교 앞에 내려주고 떠난 상황이었다. 두 학교 거리는 차로 45분 정도 걸렸다.
덕성여자고등학교에 있던 선생님들은 빠르게 여학생이 가야 할 고등학교에 연락했다. 오전 8시30분까지는 입실할 수 있다는 답변을 듣고 순찰차는 도로 위를 질주했다. 경광등에 불이 들어오고 사이렌이 울리자 시민들은 자연스럽게 길을 터줬다.
뒷좌석에 앉아있던 학생은 발을 동동 구르며 생수만 들이켰다. 초집중 상태로 수험생을 태운 순찰차는 45분 거리를 25분으로 단축시켰다. 학교 앞에 도착한 뒤 경찰들이 "시험 잘 보라"고 말하자 "감사합니다" 한마디를 남긴 채 수험장에 뛰어 들어갔다.
이 순경은 "상황이 급박했던 만큼 바로 순찰차에 태웠다"며 "같이 수험생을 수송한 선배가 운전을 정말 잘 해줬다"고 말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영원히 잊지 않을게요" 남학생 위해 3분 만에 등장한 경찰
14일 오전 온수역에서 출발해서 우신고 앞에서 내리는 학생들 모습. 구로구청 제공
같은 날 오전 7시40분쯤 서울 남대문경찰서에도 급박한 목소리로 112 신고가 들어왔다. 지하철 2호선 충정로역에서 막 내린 남학생의 요청이었다. 남학생은 "택시가 아무리 기다려도 안잡힌다"며 "수험장에 제 때 도착하지 못할 것 같다. 제발 도와달라"고 말했다.
지하철역에서 학교까지 거리는 차로 10분 거리였다. 당시 서울 중림파출소 소속 김광태 경사는 남학생 사연을 듣고 단 3분만에 충정로역에 도착했다. 김 경사가 "어쩌다 늦게 됐느냐"고 묻자 학생은 "시간 계산을 잘못해서 정시에 도착을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순찰차에 탄 학생은 "이런 일로 신고하면 안되는데 정말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김 경사는 "괜찮다"며 "시험만 잘 보면 된다"고 수험생을 안심시켰다.
김 경사는 수험생 수송을 위해 사이렌을 울리고 빠르게 출발했다. 옆에 있던 경찰은 창문을 내리고 조수석에서 손을 흔들며 길을 터달라고 요청했다. 김 경사는 "시민들이 협조해주신 덕분에 학생이 안전하게 시험보러 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시험 잘 보라"는 경찰의 말에 남학생은 "감사하다. 정말 시험 잘 치르겠다. 영원히 잊지 않겠다"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해당 경찰은 "학생이 빨리 시험장에 도착했으면 하는 마음 뿐이었다"며 "옛날 수능 칠 때 긴장했던 마음이 생각나서 응원하며 달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