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넷플릭스
배우 우도환이 자신을 설명한 말이다. 그런데 'Mr. 플랑크톤'에서 연기한 해조의 성격은 이와 정반대다. 여기에 과거사로 인한 결핍, 시한부라는 설정까지 추가됐다. 즉, 연기하기 쉽지 않은 캐릭터라는 뜻이다. 그러나 우도환은 어렵기 때문에 'Mr. 플랑크톤'을 선택했다. 그리고 그 선택은 우도환에게 여러 의미를 남겼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Mr. 플랑크톤'(연출 홍종찬, 극본 조용)은 실수로 잘못 태어난 남자 '해조'의 인생 마지막 여행길에 세상에서 가장 불운한 여자 '재미'가 강제 동행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우도환은 부유하는 플랑크톤처럼 세상을 살다가 인생을 뒤흔드는 충격적 소식을 접하고 방랑을 떠나는 해조 역을 맡았다.
"가장 처음에는 음악 없이 봤어요. 대본과 딱히 다를 바 없이 슬프다는 감정이 들었어요. 작품이 공개되기 전 음악이 입혀진 영상을 두 번째로 봤는데 생각보다 더 슬프더라고요. OST가 주는 힘이 있더라고요. 공개된 이후에 세 번째로 볼 때는 저 말고 다른 캐릭터들에게 눈이 많이 가더라고요. 결국 이 작품은 해조-재미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아픔을 가진 모든 사람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왜 난 이렇지'라고 생각했던 부정적인 부분들이 존재했는데 주변 사람들을 돌아보게 됐어요."
"이 작품을 선택한 건 어려워서가 맞는 것 같아요. 시한부라는 설정을 쉽게 풀어내지 않아서 좋았어요. 보통 다른 사람에게 힘든 모습을 보여줄 것 같은데 후반부까지 혼자만 알고 있는 게 매력적이었어요. 조금이라도 더 나이가 들기 전에 자유롭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언행에 있어서도 거칠고 자신의 느낌대로만 행동하는 인물을 그려보고 싶었어요."
그렇다면 우도환이 해석한 해조는 어떤 인물이었을까. 우도환은 "해조는 분명 사랑을 받고 자란 캐릭터"라고 강조했다. 동시에 이기적이고 충동적인 면이 있다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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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친구로 태어나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사회에 의해 그만큼의 상처를 받았다고 생각했어요. 결말이 좋지 않아서 해조 스스로는 사랑을 못 받았다고 생각하지만, 해조는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자란 인물이거든요. 그래서 남을 사랑하는 방법, 따뜻하게 보는 방법을 아는 것 같아요. 그래서 너무 표면적으로 거친 친구로만 보이기를 원하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이기적인 부분은 분명히 존재하고 어느 정도 충동도 있는 친구라고 생각했어요."
다만, 이는 실제 우도환의 모습과는 전혀 반대된다. 해조와는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 우도환이지만, 해조를 연기하며 배운 것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제가 추구하는 삶과 많이 달랐어요. 저는 열심히 살지 않는 법, 그러니까 대충을 잘 모르거든요. 일종의 강박이죠. 그런데 해조는 항상 편하고 계획 없이 사는 사람이잖아요. 대학교에 다닐 때 교수님께 '네가 싫어하는 건 네가 안 해본 것이다'라는 말을 들었는데 그 말을 듣고 제 인생에서 선택이 바뀌었던 게 많아요. 해조를 연기하면서 그게 더 느껴졌어요. 오늘만 사는 것도 전혀 나쁘지 않다는 걸 알게 됐어요. 재미있게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을 알게 됐어요. 내 방법이 전부는 아니니 지키지 못한 규율이나 깨야 할 것은 깨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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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조가 이기적으로 시작한 동행이라고 생각해요. 해조가 자신이 시한부라는 걸 들은 날 재미가 아이를 갖지 못한다는 것도 들었기 때문에 재미를 찾아갔을 거라고 생각해요. 재미가 가장 원했던 가족을 만들 수 없다는 걸 알았으니까요. 그렇다고 무조건 재미 때문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해조가 이기적이고 충동적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불편한 관계에서 시작해 점차 감정을 녹여냈던 극 중 인물들과 달리 우도환과 이유미는 첫 만남부터 인상적인 연기 호흡을 자랑했다. 우도환은 이유미와의 호흡에 대해 "주는 대로 받고 받는 대로 줬다"며 자유로운 분위기가 케미를 돋보이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처음에 논밭에서 엉키는 장면이 있는데 시간에 쫓기는 상황이었어요. 합을 다 맞추지 못했지만 그냥 한 번에 다 가겠다고 했고 막상 해보니 잘 맞았어요. 그날 이후로 유미와 그냥 하자는 게 많았어요. 저희 대본에 몽타주가 많은데 특별히 짜지 않고 그냥 했던 것 같아요. '주는 대로 받고 받는 대로 주지 않을까'라는 마음이었는데 그게 논밭 장면에서 시작했던 것 같아요. 그게 정점을 찍은 건 눈밭 장면이라고 생각해요. 감독님도 저희를 풀어놔 주셨어요. '편집 알아서 잘할 테니 알아서 연기해 봐'라는 느낌이었는데 저와 유미가 연기를 다가가는 방식이 맞아서 서로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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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을 할지 생각해 봤는데 할 말이 없더라고요. 그 사람은 내가 태어나길 바란 사람이 아니고 자기 이익을 위해 정자를 기증한 거잖아요. 해조 입장에서는 얼굴은 한 번 보고 싶다는 마음과 다시 한번 사랑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라는 반신반의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만약 해조가 찾았다면 아무 말도 못 하고 그냥 알고 끝냈을 것 같아요."
생부 찾기를 포기한 해조가 찾아간 사람은 양부 채영조(이해영)다. 우도환은 "해조가 그리워한 건 아빠라는 존재가 아니라 날 키워준 아빠의 사랑"이라며 양아버지를 바라보는 해조의 복잡한 심경을 설명했다.
"해조는 엄청 미웠을 거예요. 세상에서 둘도 없는 아들로 키워 놓고 하루아침에 등한시하는 모습에 큰 배신감을 느꼈을 것 같아요. 해조의 결핍은 거기서 시작했고요. 결국 그도 나를 그리워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오해가 풀리는 거죠. 동생에게도 미안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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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Mr. 플랑크톤'은 로맨틱 코미디를 넘어 '결핍'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드라마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단순히 로코 이상의 작품으로 받아들이는 시청자들도 많다. 우도환 역시 "저에게 있어 존재가치를 만들어 준 작품"이라며 시청자들의 반응에 감사를 전했다.
"제가 했던 드라마 중에 가장 따뜻한 드라마예요. 캐릭터 플레이, 멜로가 아닌 인간이라는 사람의 본질을 다룬 드라마로 봐주시길 바랐어요. 아픈 사람끼리 만나 그 아픔을 치유하고 누구에게나 존재 이유가 있다는 응원의 메시지라고 생각했어요. 많은 분이 재미있어하는 게 제 지금의 존재가치라면 존재 가치를 만들어 준 작품이에요."
그렇다면 우도환도 결핍이 있을까. 언뜻 완벽해 보이는 우도환은 "안정감에 대한 결핍이 있다"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다만, 그 결핍을 인정하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저는 안정감에 대한 결핍이 있어요. 그러지 못해서 바라는 것 같아요. 이 일을 하기 전에는 저도 안정적이었는데 배우 일을 하면서 안정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어졌어요. 결핍을 인정하면 해결되는 것 같아요. 자신의 결핍을 알면 굳이 해결해야 하나 싶기도 해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이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저도 어느 순간 이 일을 하는 한 예전처럼 못 살겠다고 인정했어요. 그래서 안정감이 드는 순간을 맞이하면 '오늘은 안정적인데'라고 느끼고 좋게 넘어가는 것 같아요. 가지지 못한 것을 원하는 것이 결핍이라면 직업적으로 새로운 걸 만들어내야 한다는 마음도 가지고 있어요."
'Mr. 플랑크톤'은 아직 공개 일주일이 되지 않았다. 우도환은 "한 번 보시면 왜 봐달라고 하는지 아실 것"이라며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
"유미와도 '봐주시면 얼마나 좋을까', '봐주시기만 하면 왜 봐달라고 하는지 아실 텐데'라는 말을 많이 했어요. 심심할 때 한 번 틀어 놓으시면 결국엔 화면 앞에 계실 거라고 믿어요. 10시간이 긴 시간인데, 봐주실 분들에게 감사하고 10시간을 보신다면 더 많은 시간이 행복하실 거라고 믿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