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이벤트" "최고의 날" 씩씩한 수험생들…가족들은 '울컥'[르포]

머니투데이 김지은 기자, 이혜수 기자 2024.11.14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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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수능 응시자 52만여명, 전년 대비 1.8만명↑…"의대가 목표" N수생 발걸음도 이어져

14일 오전 6시30분쯤.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 앞에서 아들과 어머니가 포옹을 하는 모습. /사진=이혜수 기자14일 오전 6시30분쯤.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 앞에서 아들과 어머니가 포옹을 하는 모습. /사진=이혜수 기자


"우리 아들 사랑해, 화이팅!"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지는 14일 오전 6시30분. 백팩을 멘 남학생이 한 손에는 도시락, 다른 한 손에는 어머니 손을 잡고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 교문 앞으로 걸어왔다.

어머니는 아들과 포옹을 나누더니 가볍게 등을 두드렸다. 아들은 "시험 완전 잘 볼게"라고 답하며 수능장 안으로 걸어갔다. 어머니는 아들 뒷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보더니 멀리서 눈물을 훔쳤다.



이날 오전 8시40분을 기점으로 전국 85개 시험지구 1282개 시험장에서 수능이 시작됐다. '수능 한파' 없는 포근한 날씨 속에서 고사장 앞에는 아침 일찍부터 학부모, 수험생들이 몰려들었다. 가족·친구들의 응원 메시지부터 긴박했던 학생 수송까지 다양한 장면이 펼쳐졌다.

"인생의 이벤트 같아요" 수험생들, 씩씩한 발걸음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 앞에 한 남학생이 도시락을 들고 수능장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이혜수 기자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 앞에 한 남학생이 도시락을 들고 수능장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이혜수 기자


이날 경복고등학교 앞으로 학생들을 태운 학부모 차량이 쉴새 없이 들어섰다. 호루라기와 경찰차 사이렌 소리가 이어졌다. 한 손에 요약 노트를 들고 몇 번이고 읽는 학생부터 시계 장수에게 "계좌 이체 되느냐"라며 시계를 사는 학생도 있었다.

얇은 점퍼 차림의 이모군(18)은 가방에 초콜릿, 홍삼 스틱, 김치볶음밥 등을 챙겼다. 그는 "막판까지 수능 준비를 하는 게 정신적으로 힘들었다"며 "막상 다가오니까 인생의 이벤트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다른 이모군(18)은 전날 밤 수험표, 컴퓨터 사인펜을 7번이나 확인했다고 했다. 그는 "너무 긴장돼서 오늘 아침 5시30분에 일어났다"며 "간단하게 유부초밥 챙겨왔다. 친구들끼리 '오늘 최고의 날이 될 것'이라고 응원했다"고 말했다.


가족들도 긴장되긴 마찬가지다. 이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고 앞에서 만난 김모씨는 거리 한쪽에서 몰래 눈물을 흘렸다. 그는 "동생이 1년 동안 수능 준비하면서 많이 아팠다"며 "이렇게 잘 이겨내고 시험을 보니까 대견하다"고 말했다.

학부모 신윤숙씨(56) 역시 "제가 시험 봤을 때 보다 더 떨린다"며 "소고기 무국에 계란말이, 두부를 챙겨주려고 새벽 4시에 일어났다. 본인이 원하는 대학에 갔으면 하는 게 부모 마음"이라고 했다.



21년 만에 최대 N수생… 교문 닫히기 전, 경찰차도 출동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고 앞. 한 여학생이 경찰차에서 내려 급하게 수능장으로 들어가는 모습./ 사진=김지은 기자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고 앞. 한 여학생이 경찰차에서 내려 급하게 수능장으로 들어가는 모습./ 사진=김지은 기자
이날 수험장 앞에는 이른바 'N수생'(졸업생 응시자)들도 보였다. 올해 수능 응시자는 52만2670명으로, 의대 증원 등의 여파로 전년 대비 1만8082명 늘었다. 특히 N수생 수가 16만1784명으로 2042명 증가했다. 2004년(18만4317명) 후 21년만에 최고치다.

올해 두 번째 수능을 치른다는 수험생 김모씨는 "의대를 목표로 준비 중"이라며 "응시자 수가 많다고 들었는데 한두 문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니까 걱정이 된다. 평소 준비했던 만큼 결과가 나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복고등학교 앞에서 만난 반수생 이모씨(20)는 "지난 수능이 아쉬워서 자퇴하고 다시 준비했다"며 "6개월 정도 독학으로 준비했는데 한번 봤던 시험이라 크게 긴장은 안된다"고 말했다.



올해 3번째 시험을 치른다는 이모씨(21) 역시 "경영학과에 꼭 가고 싶다"며 "1년 동안 수능 시간에 맞춰 살았다. 시험 끝나면 가족들이랑 맛있는 음식 먹고 싶다"고 말했다.

입실 시간인 오전 8시10분을 앞두고는 순찰차와 오토바이가 빠르게 움직였다. 이날 8시5분쯤 한 아버지는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급하게 차에서 내린 뒤 딸 지갑을 전해달라고 요청했다. 인근 경찰들은 시험장을 착각한 학생을 순찰차에 태우고 긴급하게 출발하기도 했다.

이날 수험생 수송 봉사를 위해 경기 구리에서 왔다는 윤석현씨(66)는 "오토바이 동호회에서 25년 동안 매년 이렇게 학생들을 돕고 있다"며 "모두 수능 시험 잘 쳐서 대박 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 앞에 수험생을 태운 오토바이가 들어선 모습. /사진=이혜수 기자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 앞에 수험생을 태운 오토바이가 들어선 모습. /사진=이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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