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 vs 이과’, 관점을 바꿔 흥미로운 지식예능의 진화 [IZE 추천]

머니투데이 조이음(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4.11.14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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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적 사고와 이과적 사고가 만나 만들어내는 화학적 작용

사진=방송 영상 캡처사진=방송 영상 캡처


지식 예능이라는 장르는 시청자들에게 꾸준히 사랑받아왔다. 아주 오래전 방송된 ‘장학퀴즈’는 물론 ‘1대 100’ ‘골든벨’처럼 방송가와는 관계없는 이들도 참여 가능한 프로그램부터 방탄소년단 RM과 방송인 전현무, 배우 하석진 등 문·이과적으로 뛰어난 연예인들이 출연하는 ‘뇌섹시대 문제적 남자’까지 수많은 프로그램이 시청자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며 교양과 재미를 동시에 잡았다. 그리고 지난달, 그 바통을 이어받은 새로운 프로그램이 막을 올렸다. tvN ‘문과 vs 이과, 놀라운 증명’이다.

‘문과 vs 이과, 놀라운 증명’(이하 ‘문과 vs 이과’)는 지금 가장 뜨거운 과학에서의 주제와 이슈들을 ‘발칙한 가설로’ 증명하는 프로그램이다. 제목에도 쓰였듯이 마치 대결 구도처럼 문과가 이과가 나란히 배치된 건 같은 현상을 바라보는 문과와 이과의 서로 다른 관점이 이 프로그램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지식의 전달을 넘어, 사고방식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신선한 시도다. 문과적 사고와 이과적 사고가 만나 만들어내는 화학적 작용은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통찰을 제공한다.



프로그램의 또 다른 특징은 출연진 구성이다. 단순히 문과 또는 이과 연예인으로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전공과 경험을 살린 전문가들을 고정 패널로 등장시켜 깊이 있는 토론을 이끌어낸다. 이과 패널로는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와 과학 커뮤니케이터 궤도가, 문과 패널로는 인지심리학자 김태훈 교수와 SF 소설가 배명훈 작가가 함께한다. 여기에 방송인 홍진경과 도경완이 각각 문과와 이과 대표로 진행을 맡아 예능과 교양과 지식을 아우른다. 이는 퀴즈쇼 형식의 지식 예능은 물론, 역시 익숙한 강연 형식의 프로그램과도 다른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사진=방송 영상 캡처사진=방송 영상 캡처


‘문과 vs 이과’는 각 회마다 최신 과학에서 가장 ‘뜨거운 주제와 이슈’를 선정하고, 이를 중심으로 흥미로운 가설을 세우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 가설에 대해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등장해 설명을 제공하고, 이후 문과와 이과 출연자들이 각자의 시선으로 자유롭게 의견을 나눈다. 좀처럼 어렵게만 느껴지는, 그래서 멀게만 느껴졌던 주제들이 흥미를 유발하고 관심을 이끄는 가설로 탈바꿈해 시청자를 이끈다. 첫 화의 주제였던 DNA, 유전자와 두 번째 주제였던 데이터에 대한 강연을 듣는다고 생각하면 어쩐지 졸음이 쏟아지는 것 같지만, ‘팔자는 못 바꿔도 유전자는 바꿀 수 있다’ ‘부자들은 석유 대신 데이터에서 돈을 캔다’라는 가설에는 어쩐지 흥미가 생겨 전문가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지는 것부터 그렇다. 회를 거듭할수록 시청자의 관심도를 높일 주제와 가설은 더해간다. 비만에 대한 연구 이야기가 다음 화에 이어지는 것만 봐도 말이다.

무엇보다 프로그램이 선택한 포맷은 시청자가 단순히 누군가의 문제 풀이, 혹은 강연을 지켜보기만 하는 것을 넘어, 시청자 스스로 사고하고 성찰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생각하는 예능’으로의 진화를 보여준다. 기존 지식 예능들이 경품을 내 건 퀴즈를 프로그램 말미에 붙이는 방법에서 프로그램 중간중간 함께 퍼즐을 맞추고 수학 문제를 푸는 등으로 시청자 참여를 직접적으로 이끌어냈다면, ‘문과 vs 이과’는 시청자들도 자연스럽게 자신의 관점을 돌아보고, 주제에 대해 함께 고민할 수 있도록 한층 발전된 참여 방식을 도입한 셈이다.

사진=방송 영상 캡처사진=방송 영상 캡처

다만 프로그램이 장기적으로 생명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가 있다. 때로는 토론이 지나치게 전문적으로 흐르거나, 반대로 너무 가볍게 다뤄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균형을 잘 잡아가는 것이 프로그램의 미래를 결정할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문과 vs 이과’는 기존 지식 예능의 한계를 뛰어넘어, 지식을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하고 논의하는 포맷으로 사고의 폭을 넓혀주는 프로그램이다. 이는 지식 전달의 새로운 접근법이자, 문과와 이과라는 전혀 좁힐 수 없는, 지금껏 좁히지 못한 서로 다른 관점을 통해 사회적, 과학적, 문화적 논제를 심도 있게 탐구하며 시청자에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는 단순한 포맷의 변주를 넘어 지식 예능의 진화된 형태를 보여주는 의미 있는 시도라 할 수 있다. 3회부터 월요일 오후로 방송 시간을 바꾼 ‘문과 vs 이과’가 새로운 자리에서 더욱 흥미롭고 새로운 지식을 안겨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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