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지지' 박형욱, 의협 두 달간 이끈다…"정부, 의료폭탄 멈춰야"

머니투데이 정심교 기자 2024.11.13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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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24.11.13. kmn@newsis.com /사진=김명년[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24.11.13. [email protected] /사진=김명년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이 11일 탄핵당하면서 수장의 공백이 생긴 의협이 새 회장을 뽑을 때까지 약 두 달간 이끌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박형욱 현 의협 대의원회 부의장을 선출했다. 전공의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만큼 향후 전공의가 의정 대화의 장에 나설지 주목된다. 하지만 전공의들이 '내년도 의대증원 백지화'를 강경하게 요구해온 만큼, 박형욱 신임 의협 비대위원장이 어떤 역할을 해낼지도 관심이 쏠린다.

13일 박형욱 당선인은 당선자 발표 직후 "의협 전 회원과 대의원께 감사하다. 하지만 당선이 마냥 기쁘기보다는 무거운 책임감으로 다가온다"며 소회를 밝혔다.



이어 "현재의 의료농단 사태는 급격히 해결하기가 어렵다. 정부 태도의 근본적인 변화가 없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의료폭탄이라는 시한폭탄을 장치했다.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시한폭탄부터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에 돌아오려면 윤석열 대통령부터 변화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국민은 의료파탄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형욱 당선인은 "비대위를 운영할 때 제일 경계해야 할 건 위원장의 독단이다. 비대위 내 합의에 따라 운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비대위를 운영할 때 그간 소외돼온 전공의·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그는 의협 대의원회 운영위원회의 조율을 거쳐 비대위 위원과 운영안을 구성하되, 위원이 너무 많으면 형식적인 회의만 할 수 있으므로 간결하게 구성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날 의협 대의원회는 비대위원장을 선출하기 위해 오후 3시부터 8시까지 대의원을 대상으로 전자 투표 방식을 진행했다. 그 결과, 1차 투표에서 과반을 얻은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오후 8시20분부터 1시간 동안 득표율 1·2위를 기록한 후보 2명을 대상으로 결선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박형욱 당선인은 투표 참여자 233명 중 123명(52.79%)에게서 찬성표를 얻어 과반 득표로 1차에서 당선됐다. 나머지 후보 3명인 황규석 서울특별시의사회장(71명, 30.47%),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35명, 15.02%), 주신구 대한병원의사협회장(4명, 1.72%)은 과반 득표에 실패했다.

(서울=뉴스1) 김도우 기자 =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으로 당선된 박형욱 후보자가 13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당선을 확정짓고 미소를 짓고 있다. 2024.11.13/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도우 기자(서울=뉴스1) 김도우 기자 =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으로 당선된 박형욱 후보자가 13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당선을 확정짓고 미소를 짓고 있다. 2024.11.13/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도우 기자
박형욱 당선인은 예방의학 전문의 겸 변호사로 현재 단국대 의대 교수다. 전날(12일) 전공의 대표인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이 "박형욱 교수님을 (비대위원장으로)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대의원회 단체대화방에 올리며 공개 지지했는데, 박형욱 당선인은 이런 지지를 등에 업으며, 전공의와의 소통 면에서 자신감을 보였다.

박 당선인은 비대위 내에서 '합의'를 기초한 의사결정 과정의 구조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는 "선배 세대가 '라떼는'을 운운하고 그들의 의견을 무시한다면 대한민국 의료는 발전할 수 없다"며 "비대위 운영에 있어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중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료공백의 정부 책임론을 재강조하며 "정부는 '의료계가 자신들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시한폭탄을 멈추지 않을 거야'라는 태도를 버리지 않는다면 결국 의료 파탄이라는 시한폭탄은 터질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박 당선인은 전공의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왔다는 점에서 그간 의협과 전공의 간 단절된 대화가 새롭게 개통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앞서 박 당선인을 공개 지지한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의협으로부터 경고받기도 했다.

박단 위원장은 12일 의협 대의원들이 모여 있는 단체대화방에서 "박형욱 교수님을 추천한다. 각 병원 전공의 대표 72명이 해당 의견에 동의한다는 의사를 표했다"며 박 교수를 지지하는 글을 올렸다.



이에 일부 후보는 "선관위 규정에서는 산하단체 임직원의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다. 오늘 박단 전공의 비대위원장과 전공의 대표들의 박형욱 후보 지지 선언은 선관위 규정을 위반하고 있다고 보인다"며 의협 대의원회 의장단에 입장을 물었다.

상황을 파악한 의협 대의원회 의장단은 같은 날 박단 위원장에게 경고 공문을 발송해 주의를 준 것으로 확인됐다. 의장단은 "귀하가 의료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거나 특정 후보를 불리하게 할 수 있는 글을 공개적으로 올려 (의협 비대위원장) 선거에 영향을 준 사실에 대해 엄중히 경고하며 차후 재발하지 않도록 주의할 것을 당부한다"고 밝혔다.

박형욱 당선인은 13일 뉴스1에 "선관위에서 의장 선거와 대의원 선거를 관할하는데 비대위 선거는 선관위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전공의들이 선배 의사들을 좋지 않게 생각하는 상황에서 의협 의장단이 경고문보다는 서로 오해에 대해 이해하고 넘어가면 어땠을까 한다"며 입장을 전했다.



김교웅 의장은 "과한 경고를 했다기보다, 차후 재발 방지 차원에서 주의를 준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의협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내년 1월 2일부터 4일까지 제43대 의협 회장 선거를 진행한다고 공고했다. 의협은 구체적인 선거일정에 대해서는 추후 공지하겠다고 안내했다. 투표는 전자 투표 방식으로 진행된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1, 2위 후보를 대상으로 같은달 7~8일 결선 투표를 치른다. 박형욱 신임 의협 비대위원장의 임기는 새 회장을 선발하는 1월 중순경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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