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이달엔 볼게 없네" 줄줄 새는 돈…해지 대신 '일시정지' 시킨다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2024.11.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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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이달엔 볼게 없네" 줄줄 새는 돈…해지 대신 '일시정지' 시킨다


'스트림플레이션(스트리밍+인플레이션)'에 허덕이는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이용자들이 '구독 일시 중단'을 택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추세다. 일부 OTT는 이용자가 구독을 해지하는 대신 월 단위의 중단이 가능하도록 선택지를 제공한다. OTT 사업자들이 일제히 구독료를 올리며 수익성을 추구하는 가운데 이용자들도 저마다의 해법을 찾는 흐름이다.

지난 12일(현지시각)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스트리밍 서비스 구독을 일시 중지했다가 1년 이내 다시 새로 구독하는 새로운 이용행태가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는 구독분석업체 '안테나(Antenna)' 자료를 인용, "직전 연도에 취소했던 스트리밍 서비스에 재가입하는 비율이 2022년 29.8%에서 올해 34.2%로 늘어났다"면서 "이는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자의 해약률을 낮추는 효과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용자들의 이 같은 선택은 OTT가 365일 내내 볼만한 콘텐츠를 지속해서 제공하지는 않는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예컨대 티빙은 프로야구 시즌이 종료되자 곧바로 이용자가 줄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한국시리즈가 막을 내리며 야구 중계의 공백이 발생한 첫 주(11월 4~10일) 이용자 수는 406만명으로 전주(483만명) 대비 15.9% 감소했다.



/사진=넷플릭스 홈페이지/사진=넷플릭스 홈페이지
구독료 부담도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 넷플릭스·티빙·웨이브·디즈니플러스를 모두 구독한다면, 월 4만원 이상(스탠다드·베이직 요금제 기준)을 내야 한다. 넷플릭스·티빙 등이 짧은 광고를 시청하되 요금을 낮춘 '광고요금제'를 내놓기도 했지만, 동시에 계정공유 단속을 시행 또는 예고하면서 이용자의 실제 부담은 커지고 있다. 매력적인 콘텐츠가 부재한 시기, OTT마다 구독 일시 중단을 고려하는 배경이다.

일부 OTT는 구독 일시 정지 버튼을 마련해두고 있다. 해지로 이용자를 완전히 떠나보내는 것보다는 낫다는 판단이다.

일례로 넷플릭스는 해지 페이지에서 '1개월간 일시정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기간에 콘텐츠를 스트리밍 또는 저장할 수는 없지만, 넷플릭스를 살펴보며 '내가 찜한 리스트'에 콘텐츠를 추가할 수는 있다. 또 1개월지나 일시정지가 자동으로 해제되기 1주일 전, 일시정지를 1개월 더 연장할 수도 있다. 최대 3개월까지 일시정지가 가능하다. 다만 베이직 요금제를 이용 중인 경우에는 일시정지가 불가능하고, 신용·체크카드 등 일부 결제 수단에만 적용된다. WSJ는 "디즈니플러스도 조만간 구독 일시정지 기능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전했다.


다만 웨이브·티빙 등 국내 OTT는 구독 일시정지 기능을 운영하지 않고 있다. 매월 꼬박꼬박 일정 규모의 구독료를 받을 수 있다는 게 플랫폼의 최대 장점인 만큼, 여전히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국내 OTT 사업자가 당장 일시정지 기능을 제공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평가다. 자칫 해지와 재가입 절차가 번거로워 장기 구독 중인 이용자의 '일시 이탈'을 부추길 수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구독자를 보유하고 최다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이는 넷플릭스와 국내 OTT는 사정이 다르다"고 말했다. 일시정지 기능 제공도 넷플릭스니까 가능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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