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올라온 '2025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검토보고서'(왼쪽)와 12일 금액을 삭제한 후 다시 게재한 검토보고서 (오른쪽) /사진=박건희 기자,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갈무리
"그건, 협약이 아직 발효되지 않아서… 대외비입니다."
지난 3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한국이 2025년에 유럽 최대 규모 국제공동 R&D(연구·개발) 프로그램 '호라이즌 유럽(Hozion Europe)'에 준회원국으로 가입한다고 밝혔다. 준회원국이 되면 약 78조원에 이르는 호라이즌 유럽 '필라2(Pillar Ⅱ)' 사업의 연구 과제를 한국 연구자가 직접 기획해 주도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그 '기밀'이, 아무도 모르는 사이 슬쩍 공개됐다. 지난 7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올라온 '2025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검토보고서'다. 문제는 주관 부처인 과기정통부도, 보고서를 올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이하 예결위)도 이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이점도 있었다. 해당 예산안에는 상세 금액과 함께 '(대외 비공개)'라는 문구가 기재돼 있었다. 기밀이라던 정보가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들여다볼 수 있는 공개 문서에 버젓이 쓰여 있는데, 동시에 '대외비'이기도 했다. 두 문구 중 하나는 없어야 했다.
"OOO백만원, 이게 호라이즌 유럽 분담금이냐"고 과기정통부 고위급에 확인하자, "맞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 액수가 지금 예결위 검토보고서에 공개돼 있다"고 언급하자 "그런 게(검토보고서가) 있는 줄 몰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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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최대 R&D 프로그램 '호라이즌 유럽' 포스터 /사진=KERC
기자는 예결위에서 해당 문건을 작성한 담당자에게 사유를 밝히고 연락을 재차 시도했지만 답하지 않았다. 이어 과기정통부에 "문서가 공개됐다고 알려줘도 하룻동안 그대로 둘 정도면, 기밀이 아닌 것 아니냐"고 묻자 그제서야 "그렇지 않다. 예결위에 문건을 수정해달라 요청해보겠다"고 답했다. 이 과정에만 몇 시간이 소요됐다.
현재 문제의 그 검토보고서는 금액을 비공개 처리한 새 버전으로 올라와 있다. 당초 올해 연말까지 완료할 예정이었던 호라이즌 유럽 준회원국 가입을 위한 최종 서명일은 아직 미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