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숙한 세일즈' 김선영 / 사진=JTBC
영복은 ‘정숙한 세일즈’에서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라는 걸 몸소 보여주는 인물이다. 아이를 넷이나 낳은 만큼 남편 종선(임철수)과 금실이 끝내주지만, 그것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는 한가득이다. 영복은 아이를 줄줄이 낳느라 푹 퍼진 몸에도 남편에게 “마돈나가 따로 없다”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사랑받는 여자지만, 그 사랑이 남긴 건 가난뿐이라 금실을 천벌이라 생각한다. 중학생인 첫째 딸에게 변변한 책상 하나 놔주지 못해 마음을 끓고, 6명이 단칸방에서 몸을 구겨가며 자야 하는 현실에 때때로 넋을 놓는다.
'정숙한 세일즈' 김선영 / 사진=JTBC
'정숙한 세일즈' 김선영 / 사진=JTBC
가냘프게 떨리는 목소리 사이로, 비애를 겹겹이 욱여넣은 영복의 말들은 애처롭다 못해 먹먹하다. 이토록 숨도 못 쉴 만큼 진한 감정선이 폭발했던 이 장면의 탄생은, 오직 김선영이 이를 연기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는 저변의 감정을 온몸으로 껴안은 채, 어디 하나 빈 곳 없이 애잔한 감정을 세밀하게 실어넣는다. 게다가 그것을 현실의 감각으로 지극하게 자신과 인물과 체화해, 이 장면만 스쳐본 시청자라도 단숨에 이입할 수밖에 없는 감탄스러운 경지의 연기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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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한 세일즈’에서 김선영의 폼은 연기를 잘 한다는 찬사만으로는 부족할 지경이다. 김선영은 깍쟁이 학부모('일타스캔들')나, 얄미운 금수저('그녀의 사생활'), 또 직업적 사명감이 특출난 의사('고요의 바다') 등 작품에 따라 얼굴을 갈아끼며 대중의 찬사를 받는 연기파이지만, 그중에서도 바닥이 드러난 쌀독을 보며 한숨을 내쉬던 ‘응답하라 1988’의 과부 선영이나, 삶에 더럽게 치이다 못해 몸이 고장 나 버린 ‘세자매’ 희숙과 같은 짠한 면모를 연기할 때 유독 힘이 셌다.
그것은 “연기에 대한 만족이 없다”라고 밝혔던 김선영의 지난 말처럼, 만족과는 거리가 먼 인물에 다가설 때의 결핍을 탁월하게 파고들 줄 아는 본체의 타고난 DNA가 아닐까. 때문에 지독하게 짠해 보이는 영복은 김선영에 의해 그 구역 넘버원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