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토신 공급 부족 사태/그래픽=김현정
제약사가 추가 생산 등 대응에 나섰지만, 전체 수요를 충족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의료 현장에서는 "이러다 아이를 받을 수 없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터져 나온다. 의약품 수급에 대한 정부의 안일한 인식이 '저출산 국가'에 산모들 주름살을 더 깊게 만들었다는 지적이 인다.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곽여성병원의 문이 굳게 닫혀 있다. 129병상 규모의 이 병원은 지난 2018년 전국 분만 건수 1위에 올랐지만 저출생 등 영향으로 지난 5월 폐업을 결정했다./사진=(성남=뉴스1) 구윤성 기자
옥시토신 공급난에 의료 현장은 걱정과 혼란이 가득하다. 특히, 기존부터 의약품 공급이 불안정했던 지방 산부인과의 수급난이 심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단체 카톡방에 올리온 공지 내용./사진=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
이 시각 인기 뉴스
김재연 회장은 "지방 산부인과를 중심으로 문의가 빗발친다. 지난주는 밤 11시 넘어 어렵게 공급처를 확보해 회원들에게 카카오톡으로 공지하기도 했다"며 "저녁에 산모가 왔는데 약이 없어서 못 받겠다고 하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급한 상황"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산모도 우려스럽긴 마찬가지다. 임신 38주차로 만삭인 오모(32)씨는 "상반기에는 무통 주사·폐인 버스 터 병용 금지 논란이 일더니 이젠 산과(産科)의 기본 분만 약마저 없어 발만 동동 구르게 생겼다"며 "이게 출산 장려 국가의 현실인가"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옥시토신 공급 재개는 유한양행의 경우 오는 14일, JW중외제약은 다음 달 4일로 예정돼 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공급 부족을 신고·인지한 동시에 다른 약에서 옥시토신 주사제로 생산라인을 교체했다"고 밝혔다. JW중외제약은 "보건당국과 협의 하에 최대한 시기를 앞당겨 당초 내년 초 예정보다 이른 12월 초에 공급을 재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애초 유한양행 생산량이 JW중외제약보다 적었던 만큼 전국 병원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재연 회장은 "옥시토신 가격이 너무 낮은 것도 공급난에 영향을 미친다. 분만실이 '올스톱' 되기 전에 충분한 약값 인상 등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