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제일 작은 아기, 엄마 품으로…260g→3.19kg '기적의 퇴원'

머니투데이 박정렬 기자 2024.11.12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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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랑이는 2024년 4월 22일 국내에서 가장 작은 몸무게(260그램)으로 태어났다. 출생 직후 신생아중환자실로 옮겨져 24시간 집중 관리를 받는 모습./사진=삼성서울병원예랑이는 2024년 4월 22일 국내에서 가장 작은 몸무게(260그램)으로 태어났다. 출생 직후 신생아중환자실로 옮겨져 24시간 집중 관리를 받는 모습./사진=삼성서울병원


우리나라에서 가장 작게 태어난 아기 '예랑이'가 6개월여만에 건강한 모습으로 엄마 품에 안겼다. 삼성서울병원은 엄마 뱃속에서 25주 5일 만에 260g(그램)으로 태어난 예랑이가 병원 생활 198일 만에 3.19㎏의 몸무게로 10배 넘게 자라 지난 5일 건강히 퇴원했다고 12일 밝혔다.

예랑이는 부모가 결혼한 지 3년 만에 찾아온 귀한 생명이다. 예랑이의 존재를 확인한 날이 11월 11일이라 '(빼)빼로'로 불렸다. 건강한 모습으로 만날 줄 알았던 예랑이는 임신 21주차부터 더 이상 자라지 않았다. 자궁내태아발육지연이었다.



개인병원에 다니던 예랑이 엄마는 심한 자궁내태아발육지연 및 임신중독증으로 국내 한 대학병원을 거쳐 삼성서울병원으로 전원 됐다. 혈압이 치솟고 복수까지 차오르는 전형적인 전자간증(임신 중에 발생하는 고혈압성 질환) 증상을 보였다. 자칫 임부는 물론 태아도 위험에 빠질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국내 최소 체중인 260그램으로 태어난 예랑이가 5일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다,/사진=삼성서울병원국내 최소 체중인 260그램으로 태어난 예랑이가 5일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다,/사진=삼성서울병원
삼성서울병원 모아집중치료센터의 움직임은 이때부터 바빠졌다. 산부인과 오수영 교수, 함수지 임상강사 등 고위험산모팀은 예랑이 엄마의 증세를 완화하기 위해 마그네슘을 투여하는 등 예랑이의 안전한 출산을 준비했다.



예랑이는 너무 작아 의료진들이 제왕절개수술을 결정하기까지 고심을 거듭했다. 걱정과 기대가 교차하는 가운데 예랑이는 엄마가 입원한 지 나흘 만인 4월 22일 태어났다. 두꺼운 자궁벽을 뚫고 조심스레 꺼낸 예랑이는 집도의였던 함수지 임상강사의 손바닥 크기에 불과했다.

예랑이는 출생 직후 호흡부전, 패혈성 쇼크로 인공호흡기 치료, 항생제, 승압제, 수혈 등의 고강도 치료를 받아야 했다. 첫 번째 고비는 생후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았을 때 태변으로 장이 막히면서 시작됐다. 수술을 감당키 어려울 만큼 아직 작은 때였다. 소아외과가 매일 예랑이를 살피는 가운데 신생아팀의 양미선, 황지은, 박성현, 이나현 교수가 매일 조금씩 태변을 꺼내 위험한 고비를 넘겼다.

예랑이는 출생 한 달 여 만에 태변막힘증후군으로 고비를 맞았지만, 의료진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수술없이 첫 대변을 보았고 이후 여느 아기처럼 무럭무럭 자랐다./사진=삼성서울병원예랑이는 출생 한 달 여 만에 태변막힘증후군으로 고비를 맞았지만, 의료진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수술없이 첫 대변을 보았고 이후 여느 아기처럼 무럭무럭 자랐다./사진=삼성서울병원
태변을 본 예랑이는 이후 빠른 회복을 보였다. 얼마 뒤 호흡기를 떼고 스스로 숨 쉬었고 몸무게도 서서히 증가했다. 미숙아에 흔한 망막증도 안과에서 매주 검사받으며 관리하자 큰 합병증 없이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 재활의학과에서 매일 구강 및 운동 재활치료를 하면서 기운도 활달해졌다. 예랑이는 어느새 '일원동 호랑이'란 별명이 붙여졌다.


신생아중환자실 간호사들의 열정도 예랑이의 고군분투에 힘을 불어넣었다. 작은 몸에 필요한 영양과 약물 주입이 가능하도록 말초 삽입형 중심정맥관을 확보하고, 고습도의 환경을 조성하면서도 이로 인한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민현기 신생아중환자실 전문간호사는 예랑이 엄마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임신 합병증으로 엄마의 눈이 잠시 안 보일 때 예랑이에게 먹일 모유 유축을 민현기 간호사가 돕기도 했다.

엄마는 출산 후 몸을 추스르고 매일 병원을 찾아 예랑이의 상태를 살폈다. 건강 문제로 병원에 다녀가기 어려울 때는 신생아중환자실 의료진의 전화와 문자를 확인하며 예랑이의 건강을 간절히 기도했다.



삼성서울병원 신생아중환자실은 캥거루케어를 통한 아기와 산모의 애착형성, 유대감 형성을 중요시 한다. 민현기 전문간호사가 예랑이의 캥거루케어를 돕고 있는 모습./사진=삼성서울병원삼성서울병원 신생아중환자실은 캥거루케어를 통한 아기와 산모의 애착형성, 유대감 형성을 중요시 한다. 민현기 전문간호사가 예랑이의 캥거루케어를 돕고 있는 모습./사진=삼성서울병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22년 1·2차 신생아중환자실 적정성 평가 결과에 따르면 예랑이보다 조금 더 큰 500g 미만의 신생아도 생존율이 36.8%에 불과하다. 예랑이처럼 300g 미만으로 태어날 경우 생존율이 1%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희박한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의료진은 예랑이가 건강을 회복해 무사히 퇴원할 것을 의심치 않았다. 신생아중환자실에 온 날부터 줄곧 지정의로서 치료했던 양미선 교수는 "신생아중환자실 의료진 모두 예랑이가 첫 변을 본 순간을 잊지 못한다"며 "예랑이가 반드시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 더욱 강해졌다"고 말했다.

장윤실 센터장은 "예랑이는 앞으로 태어날 모든 저체중 미숙아의 희망이 될 아이"라며 "의학적 한계 너머에서도 생명의 불씨를 살릴 더 많은 기회를 찾기 위해 모두의 관심과 지원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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