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랑이는 2024년 4월 22일 국내에서 가장 작은 몸무게(260그램)으로 태어났다. 출생 직후 신생아중환자실로 옮겨져 24시간 집중 관리를 받는 모습./사진=삼성서울병원
예랑이는 부모가 결혼한 지 3년 만에 찾아온 귀한 생명이다. 예랑이의 존재를 확인한 날이 11월 11일이라 '(빼)빼로'로 불렸다. 건강한 모습으로 만날 줄 알았던 예랑이는 임신 21주차부터 더 이상 자라지 않았다. 자궁내태아발육지연이었다.
국내 최소 체중인 260그램으로 태어난 예랑이가 5일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다,/사진=삼성서울병원
예랑이는 출생 직후 호흡부전, 패혈성 쇼크로 인공호흡기 치료, 항생제, 승압제, 수혈 등의 고강도 치료를 받아야 했다. 첫 번째 고비는 생후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았을 때 태변으로 장이 막히면서 시작됐다. 수술을 감당키 어려울 만큼 아직 작은 때였다. 소아외과가 매일 예랑이를 살피는 가운데 신생아팀의 양미선, 황지은, 박성현, 이나현 교수가 매일 조금씩 태변을 꺼내 위험한 고비를 넘겼다.
예랑이는 출생 한 달 여 만에 태변막힘증후군으로 고비를 맞았지만, 의료진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수술없이 첫 대변을 보았고 이후 여느 아기처럼 무럭무럭 자랐다./사진=삼성서울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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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아중환자실 간호사들의 열정도 예랑이의 고군분투에 힘을 불어넣었다. 작은 몸에 필요한 영양과 약물 주입이 가능하도록 말초 삽입형 중심정맥관을 확보하고, 고습도의 환경을 조성하면서도 이로 인한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민현기 신생아중환자실 전문간호사는 예랑이 엄마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임신 합병증으로 엄마의 눈이 잠시 안 보일 때 예랑이에게 먹일 모유 유축을 민현기 간호사가 돕기도 했다.
엄마는 출산 후 몸을 추스르고 매일 병원을 찾아 예랑이의 상태를 살폈다. 건강 문제로 병원에 다녀가기 어려울 때는 신생아중환자실 의료진의 전화와 문자를 확인하며 예랑이의 건강을 간절히 기도했다.
삼성서울병원 신생아중환자실은 캥거루케어를 통한 아기와 산모의 애착형성, 유대감 형성을 중요시 한다. 민현기 전문간호사가 예랑이의 캥거루케어를 돕고 있는 모습./사진=삼성서울병원
하지만, 의료진은 예랑이가 건강을 회복해 무사히 퇴원할 것을 의심치 않았다. 신생아중환자실에 온 날부터 줄곧 지정의로서 치료했던 양미선 교수는 "신생아중환자실 의료진 모두 예랑이가 첫 변을 본 순간을 잊지 못한다"며 "예랑이가 반드시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 더욱 강해졌다"고 말했다.
장윤실 센터장은 "예랑이는 앞으로 태어날 모든 저체중 미숙아의 희망이 될 아이"라며 "의학적 한계 너머에서도 생명의 불씨를 살릴 더 많은 기회를 찾기 위해 모두의 관심과 지원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