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만에 뒤집은 금감원 "예외 택하면 대주주 면담 하겠다" 경고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이창섭 기자 2024.11.11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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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계리적 가정·보험부채 할인율 개선 방안/그래픽=이지혜보험사 계리적 가정·보험부채 할인율 개선 방안/그래픽=이지혜


"실적 악화를 감추고자 예외모형을 선택하는 우를 범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이세훈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금융감독원이 무저해지 보험의 해지율 가정에 사실상 "예외는 없다"고 경고장을 날리면서 보험업계가 대혼란에 빠졌다. 실적 부풀리기 의혹에 휩싸인 무저해지 보험의 해지율 가정에 원칙 모형(로그-리니어)을 제시하면서도 예외 허용(리니어-로그) 방침을 발표한지 불과 나흘만에 입장을 번복해서다. 예외모형을 선택하면 대주주 면담도 하겠다고 압박해 '관치논란'도 불거졌다.



금융감독원은 11일 삼성·교보·한화 등 생명보험사와 현대·메리츠·롯데 등 손해보험사 그리고 삼일·삼정 등 회계법인 경영진들이 참석한 가운데 '금리 하락기 IFRS17(새 회계제도) 안정화 및 리스크관리'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무저해지 보험의 해지율 가정과 관련해 지난 4일 당국이 제시한 원칙 모형을 쓸 것을 사실상 강요했다. 원칙 모형을 선택하면 보험사 지급여력비율(K-ICS·킥스)이 20%P(포인트) 이상 하락하고 일부 손보사는 올 연말 적자 전환하는 등 재무적인 충격이 크다. 당국은 지난 4일 엄격한 조건을 전제로 예외 모형 허용키로 방향을 밝혔다. 이에 따라 무저해지 보험을 많이 판 10개 손보사 대부분이 예외 모형을 선택할 의향을 내비치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비교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같은 모형을 사용해야 하지만 결국 다른 모형을 사용해 원칙을 제시한 이유가 사라져서다.



이에 금감원은 예외모형 허용 입장을 불과 나흘만에 사실상 번복한다. 이날 간담회에 앞서 다수의 보험사를 상대로 "예외모형을 선택할 경우 대주주 면담을 진행하겠다. 대주주 연락처를 알려달라"며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주말부터 각사가 어떤 모형을 선택할지 사전 조사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금감원은 업계에 '해지율 모형 선택 관련 시장 전달 메시지'를 배포해 "주주와 임기제 경영진간 이해가 상충되는 회사만 예외모형을 선택한다"며 "현 경영진을 유지한 채 예외모형 선택시 그 의도에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금융위원회도 금감원과 입장이 같다고 밝혔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감원과 기본적인 시각이 다르지 않다. 엇박자가 전혀 아니다. 금감원이 갖고 있는 자료를 볼 때 원칙모형으로 가는게 부합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는 강력하게 반발한다. 예외허용 안을 발표한지 불과 사흘만에 입장이 돌변해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단일 모형안이 한두달 전에 이미 결정된 걸로 알고 있었고 그대로 가는 줄 알았다가 당국 스스로 돌연 예외를 허용해 준 것"이라며 "그런데 또다시 예외는 없다고 밝혀 이게 무슨일인가 싶다"고 비판했다. 다른 관계자는 "로그-리니어 모델은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분명히 한계가 있는 모델인데도 이걸 선택하면 안 좋은 실적은 감추는 것처럼, 범죄자 취급을 한다"고 반박했다.

당국 압박에 따라 대다수 보험사는 결국 원칙모형으로 돌아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원칙모형을 쓸 경우 부채가 1조원 넘게 증가하거나 킥스 비율이 100% 밑으로 하락하는 일부 손보사 한 두곳만 예외 모형을 고수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당국의 전화를 받은 이후 종일 경영진들이 대책회의를 열고 있지만 쉽게 답이 나올 사안은 아니다"면서도 "예외를 선택했다가 당국의 검사를 1년 내내 받을까봐 두려워 결국 원칙으로 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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