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30일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 사장이 (주)신세계 회장으로 전격 승진한 것에 대해 유통 업계에선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다. 신세계 내부 반응도 비슷했다. 승진 시점과 폭이 예상 밖이어서다.
올해 3월 승진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2006년 부회장이 된 이후 18년 만에 직급이 바뀌었다. 2015년부터 백화점 총괄 사장을 맡았던 정유경 회장은 9년 만에 '부회장'을 건너 뛰고 곧바로 회장이 됐다.
신세계그룹 이명희 총괄회장은 고(故) 이병철 삼성 회장의 막내딸이자 고 이건희 회장의 동생으로 지난 1991년 삼성그룹에서 백화점을 운영하던 신세계를 갖고 나왔다. 신세계그룹은 이로부터 6년 뒤인 1997년 공정거래법상 삼성그룹과 완전히 분리됐다. 신세계그룹의 토대는 백화점이었지만, 2000년대부터 이마트가 대형마트 업계 1위로 고속 성장하며 굴지의 유통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말 기준 신세계의 총매출은 71조원에 달한다. 공정자산총액 규모는 약 62조원으로 재계 10위(농협 제외 시)다.
하지만 신세계그룹이 단순히 사업 영역을 나누는 '기계적인 분리'에 그치면 경쟁력이 약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쿠팡을 비롯한 대형 이커머스 업체와의 경쟁에서 점차 밀리게 된 오프라인 유통사들은 최근 마트와 백화점 등의 기능을 합친 '종합쇼핑몰'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는다. 한 공간에서 다양한 고객의 수요를 충족하고,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특화 공간 경쟁력이 매우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현재 정용진 회장의 이마트 부분은 마트와 e커머스 회사들을 지배하고 있고 정유경 회장의 백화점 부문은 백화점과 패션, 뷰티 부문을 거느리고 있다. 이들의 단순한 분리는 지금의 시장 상황에서 보면 오히려 신세계그룹 전체에게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 현재 기준으로 계열 분리한다면 이마트 부문은 43조원, 신세계 부문은 19조원 규모로 각각 재계 11위, 26위 수준으로 쪼그라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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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그룹이 계열분리를 선언했지만 실제 작업은 이제 시작이다. 계열분리를 준비해 놓고 발표한게 아니라 계열분리를 먼저 선언하고 실행하는 순서다. 재계 승계 문화에 새로운 이정표를 쓰고 있는 신세계그룹이 마이너스 계열분리가 아닌 둘로 나눴지만 전체로는플러스가 되는, 새로운 계열 분리를 만들어내기를 바라는건 과한 기대일까. '용진이형'은 할 수 있지 않을까.
유엄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