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보험사,실적 감추려 우를 범하지 말라"…해지율 원칙모형 강요

머니투데이 이창섭 기자 2024.11.1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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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보험사 CEO 소집해 '해지율 원칙 모형' 적용 강조
예외 모형 선택해 순이익 차이 크게 나는 회사 대상으로 내년 집중 검사

보험사 계리적 가정·보험부채 할인율 개선 방안/그래픽=이지혜보험사 계리적 가정·보험부채 할인율 개선 방안/그래픽=이지혜


금융당국이 실적 부풀리기를 막는 새로운 회계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예외를 허용했으나 원칙 모형 선택을 사실상 강요했다. 수천억원 당기순이익 급감을 우려한 보험사들이 원칙이 아닌 '예외 모형'을 도입하려고 하자 "우(愚)를 범하지 않기를 기대한다"며 경고했다. 금융당국은 예외 모형을 적용한 보험사를 중심으로 우선적으로 집중 검사를 나갈 계획이다.

금융감독원은 11일 이세훈 수석부원장 주재로 열린 '금리 하락기 IFRS17(새 회계제도) 안정화 및 리스크관리' 간담회에서 보험사 경영진에게 이같이 밝혔다. 간담회에는 삼성·교보·한화 등 생명보험사와 현대·메리츠·롯데 등 손해보험사 그리고 삼일·삼정 등 회계법인 경영진들이 참석했다.



이날 간담회는 IFRS17 도입 이후 최근 발표된 해지율 가정 제도 개선과 금리 하락 영향으로 보험사 건전성에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열렸다.

금융당국은 지난 7일 무·저해지 상품 계리적 가정에서 완납 시점 해지율이 0%에 수렴하는 로그-선형(리니어)모형을 원칙으로 삼는다는 내용의 보험사 회계 가이드라인을 공개했다. 다만 금융당국은 엄격한 조건을 달고 다른 모형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원칙 모형을 택하면 보험사 지급여력비율(K-ICS·킥스)이 20%P(포인트) 내려가는 데다가 당기순이익이 최대 수천억원까지 줄어들 수 있다. 이를 우려한 상당수의 보험사는 원칙이 아닌 예외 모형 도입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금감원은 근시안적 실적 경쟁에 얽매여 IFRS17 원칙과 도입 취지를 훼손해선 안 된다며 엄격한 원칙 모형 적용을 강조했다.

이 수석부원장은 "특히 해지율 개선 관련 당국의 원칙 제시에도 불구하고, 일부 보험사가 단기 실적 악화를 우려해 예외 모형을 선택할 것이라는 언론의 의구심이 크다"며 "시장에서 이번 사안을 보험권 신뢰 회복의 이정표로 보고 예의주시하는 만큼 당장의 실적 악화를 감추고자 예외 모형을 선택하는 우(愚)를 범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원칙 모형 선택을 강요한 셈이다.

금감원은 해지율 원칙 모형 적용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비합리적으로 예외 모형을 사용한 보험사는 시장 신뢰와 안정성을 해치는 것으로 보고 집중 검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무·저해지 상품 해지율 추정 시 원칙이 아닌 예외 모형 적용회사 중 원칙 모형과의 CSM(미래이익) 차이가 큰 회사 △불완전판매 등 소비자 피해를 유발하는 판매채널에 영업 의존도가 높은 회사 △내년도 수입보험료 등 외형성장률을 지나치게 높게 설정한 회사를 중심으로 내년도 우선 검사 대상을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IFRS17 도입 이후 벌어진 보험사 회계 혼란은 앞으로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A 보험사는 IFRS17 도입 이후 CSM 상각률을 낮게 산출해 지난해 약 2000억원 당기순손실을 과소 인식했다. 15개 보험사는 소멸된 보험계약의 기타포괄손익 잔액 약 2400억원을 즉시 이익으로 반영했는데 금감원은 이를 이연해 인식하도록 지도했다.



자본확충 등 선제적 리스크 관리도 강조됐다. 올해 시장금리가 내려가면서 생보사 중심으로 보험부채 부담이 커졌다. 이 수석부원장은 "듀레이션을 적절히 매칭한 보험사는 금리하락 시에도 킥스 비율 영향이 미미하거나 오히려 개선됐다"며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보다 적극적인 리스크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리한 외형 확장보다는 건전성 제고 등 내실 위주 경영계획 수립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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