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도로에 걸린 현수막 모습. 눈물의 반값 할인 분양이라고 적혀 있다. /사진=김지은 기자
2년 전 서울에서 이곳 일대로 이사 온 김모씨는 "처음에 들어왔을 때 연세가 2000만원대였는데 올해 1000만원대로 깎았다"며 "제가 사는 아파트 1층도 다 비어있다. 일대 부동산 가격이 거의 다 떨어졌다"고 했다.
"일 매출 4억도 찍었는데…" 손님 사라진 제주 칠성로
지난 7일 방문한 제주시 칠성로 모습. 손님들이 많이 없어 휑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사진=김지은 기자
이날 방문한 칠성로 일대에는 곳곳에 '임대'(권리금 없음) 표시가 눈에 띄었다. 3개 점포가 연달아 문을 닫은 곳도 있었다. 호황일 때 "손님들이 옷을 보따리로 사가고 13평짜리 옷 가게에서 월 매출 4억~5억원을 찍었다"던 그 거리다.
상인들도 고민이 깊어진다. 이곳에서 40년간 가게를 운영했다는 김모씨는 "예전에는 아침 7시에 출근해서 밤 11시까지 일했다"며 "지금은 사람이 없어서 아침 10시에 와서 밤 6시쯤 문 닫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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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업체 관계자는 "경기가 좋을 때는 권리금이 있어도 1억~2억씩 주고 들어가려고 했다"며 "지금 그런 사람들은 없다"고 말했다.
제주 부동산 시장 주춤… "코로나19 과잉 투자 후유증"
제주 제주시 칠성로 거리에 한 상점 문이 굳게 닫혀 있다. 임대 문의글과 함께 권리금 없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사진=김지은 기자
코로나19 당시 해외 유학이 어려워지면서 국내에서 영어를 배우려는 학생들이 제주로 몰렸고 부동산 가격 역시 높게 형성됐다. 최근에는 유학을 가는 학생들이 증가하면서 결과적으로 수요보다 공급이 늘어나게 됐다.
이 지역 공인중개사 A씨는 "코로나19 끝나고 영어 유치원도 원생이 없어서 사라지고 있다"며 "국제학교는 특성상 방학이 길어서 그 기간에 문 닫는 상가들도 늘어났다. 편의시설이 없어지니까 여기 살던 사람들도 이사를 간다"라고 했다.
칠성로 일대도 코로나19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공인중개사 B씨는 "칠성로 일대에 공실이 많아진 건 몇년 됐다"며 "한창 손님이 많을 때는 웃돈을 주고서라도 몰려들었던 상인들이 한 두명씩 빠져나갔다. 거리가 텅 비니까 손님들 발길은 점점 더 끊기고 악순환이 반복됐다"고 말했다.
그래픽=이지혜 디자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