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만원 내는데 두끼 준다고?..'인구소멸지역' 관광은 '여기로' 떠난다
머니투데이 유동주 기자
2024.11.11 18:10
지난 8일, '여행가는 가을, 여기로' 이벤트를 통해 경북 의성을 방문한 참가자들./사진=한국관광공사 "자매끼리 의성에는 처음 왔는데 생각보다 둘러 볼 곳도 많아서 좋았어요. 다음에 기회가 되면 숙박도 하면서 머물고 싶어요."
지난 8일 아침 서울 청량리역에서 출발한 특별 새마을호 열차는 1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뚫고 뽑힌 240여명의 관광객들을 태우고 인구소멸지역 중 하나인 경북 안동으로 향했다. 안동역에서 내린 이들은 80명씩 나눠 관광버스를 탄 뒤 안동을 비롯해 의성과 예천으로 떠났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 노랑풍선이 단돈 4만9000원에 가족·친구들과 함께 평소에 가기 어려운 지역을 여행할 수 있게 내놓은 '가을엔, 여기로(이하 여기로)' 행사의 일환이다. 정부의 '여행가는가을' 캠페인과 연계해 인구소멸지역의 관광명소를 알리고 지역별 테마여행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이번 이벤트를 마련했다.
기차여행 '여기로'는 올해 3월과 6월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다. 2021년 시작 당시엔 연 1회였던 '여행가는 달' 캠페인이 2022년 2회로, 다시 올해 여행비수기인 11월까지 확장해 3회까지 늘어났기 때문이다.
8일,'여기로' 이벤트 열차 객실에서 열린 가위바위보 이벤트와 뽑기 이벤트 박스/사진= 한국관광공사 앞서 '여행가는 가을' 홈페이지에서 참가 신청을 받아 2000명을 뽑았다. 2만여명이 넘게 신청해 최종 경쟁률은 10.3대 1을 기록했다. 문체부와 관광공사는 5개 테마별 상품을 만들어 24개 지역에 관광객들을 보냈다. 참가비 3만원에서 6월부터 4만9000원으로 조금 현실화했지만 원가는 참가비의 2~3배가 초과했다. 석식 도시락을 포함해 두끼가 포함돼 있고 기차를 포함해 현지 관광버스, 전문 관광해설사도 함께 하는 일정이다.
지난 1일 강원특별자치도 태백과 정선, 영월에 '문화 바캉스'를 테마로 방문했던 240명은 다자녀가구였다. 이들에겐 특별히 미성년 자녀 2인 이상 포함을 포함해 최대 6인이 신청가능하도록 했다. 지난 8일 테마는 '가을 상차림'으로 안동의 '찜닭', 의성의 '흑마늘', 예천의 '고추장·인절미' 등을 맛보고 직접 만들어보는 체험형 여행이었다.
의성 만경촌에서 흑마늘 양갱 만들기 체험활동 중인 참가자들( 안동역에 내려 의성을 향한 80명의 참가자들은 체험휴양마을 만경촌으로 향했다. 이곳에선 꾸지뽕·사과따기 등도 가능하지만 의성 특산물인 흑마늘로 '양갱 만들기' 체험이 인기다. 한과와 양갱 등이 'K-디저트'로 각광받으면서 젊은 세대들에게도 인기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아이 등 가족과 함께 온 참가자들은 체험으로는 접하기 어려운 양갱 만들기에 몰두했다. 흑마늘 특유의 알싸한 향을 담아 각자 만든 양갱은 예쁜 포장에 담아갈 수 있었다.
의성 경덕왕릉을 관람하고 있는 '여기로' 행사 참가 관광객들. 경북 의성, 조문국 경덕왕릉 전시관 내부. 만경촌에서 건강한 농가밥상으로 점심을 마친 참가자들은 경덕왕릉으로 향했다. 삼한시대 부족국가인 '조문국'은 나중에 신라에 합병된 작은 나라였지만 남겨진 고분은 상당히 규모가 크다. 조문국의 경덕왕릉으로 추정되는 이 곳은 발굴 뒤, 잘 정비돼 공원처럼 꾸며져 있다.
작약과 모란꽃이 피는 때에 맞춰 가면, 대형 테마파크가 부럽지 않은 곳이다. 이곳엔 들어가 볼 순 없는 왕릉 내부를 그대로 재현해놓고 있어 아이들을 위한 역사 학습공간으로도 좋다.
경북 의성 고운사를 관광 중인 '여기로' 참가자들. 이날 여행의 마지막 행선지는 신라시대 의상대사가 창건했다는 고운사다. 창건 이후 200여년 뒤 최치원이 건립했다는 고운사 가운루(駕雲樓)는 지난 7월 국가 지정 '보물'이 됐다. 의상은 세웠을때는 고운사(高雲寺)로 칭했다가 최치원이 가운루와 우화루를 건립한 것을 기념해 최치원의 호인 고운(孤雲)을 따서 고운사(孤雲寺)로 이름을 바꾼 것도 이 절의 재미있는 역사다. 찻집으로 쓰이는 우화루는 호랑이 벽화와 용마루의 호랑이 기와로도 유명하다. 벽화 속 호랑이 눈은 관찰자 시선에 따라 움직이는 것처럼 그려져 있다.
고운사 우화루 호랑이 벽화와 호랑이 용마루 기와 가운루는 흘러가는 냇물 위에 걸쳐 앉은 누(樓) 형식의 전각이다. 앉아서 고운사가 자리잡은 등운산 정상을 바로 정면에 볼 수 있다. 고운사를 마지막으로 여행을 마친 참가자들은 안동역에서 안동·예천 여행을 마친 이들과 다시 만나 청량리역으로 향했다.
'여기로'는 이달 24일까지 6회 더 진행된다. 문체부와 관광공사는 갈수록 경쟁률이 높아지고 있는 '여기로'의 인기를 토대로 내년엔 더 확장된 프로그램으로 이어갈 계획이다. 올해 '여기로'를 통해 방문한 곳들은 전국 89개 인구감소지역 중 60여곳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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