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가 9일 서울 세종대로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주최한 제2차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국민행동의 날!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2024.11.09. [email protected] /사진=이영환
더불어민주당의 '김건희 여사 특검법' 수용을 촉구하는 장외 집회를 며칠 앞둔 시점, 한 보좌진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이렇게 말했다. 정부의 예산안을 심사하고 정부 재정운영을 견제하는 역할을 맡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활동 기한은 법적으로는 이달 말까지다. 민주당은 그와 별개로 이달 내에 특검법을 관철해내겠다고 벼르고 있다. 통상 '예산 정국'으로 펼쳐지던 11월 여의도는, 올해만큼은 '특검'이 모든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당 실무자들 사이에선 집회에 대한 부담감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집회 참석자 수는 현 정부 '퇴진' 여론의 가늠자인 만큼 당 차원에서도 총동원령을 내렸는데 막상 동원이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보좌진은 "우리 지역에선 아직 (퇴진에 대한) 반응이 미적지근한데 당에서는 참석 인원을 할당하고 참석할 사람 명단까지 제출하라 했다"며 "예산 일정까지 빼곡한 마당에 언제 사람을 채우냐"고 난감해했다. 그는 '명태균 녹음파일' 공개와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직후에도 퇴진에 대한 국민 여론이 확 붙지 않고 있는데 매 주말마다 열릴 집회에 사람들을 어떻게 동원할지 모르겠다는 우려도 내비쳤다.
사실 예산안 심사는 민주주의 정치 제도 하에서 특검 추진 이상의 가치를 가지는 정치적 행위다. 미국의 정치학자 데이비드 이스턴(David Easton)은 "정치는 사회적 가치를 권위적으로 배분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정부는 예산안 편성을 통해 국민 생산 활동의 결과물인 세금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할지를 배분안을 만들고, 국회는 국가의 예산안을 심의하고 확정할 권한을 갖는다. 즉 예산안 심사는 곧 국회의 본령이다. 정치와 정쟁 사이, 국회 제1당인 민주당이 올 연말 무엇을 앞세울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