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금 지급 구간별 현황/그래픽=김다나
실손보험의 보험금 지급 편중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6명은 한 푼의 보험금도 받지 않았지만 1명이 되지 않은 소수가 전체 보험금의 절반 이상을 수령했다.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비급여'의 허점을 이용한 과잉치료 현상을 차단하지 않으면 선의의 가입자만 피해를 보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반면 나머지 4.4%의 가입자는 전체 보험금(3조8379억원)의 약 65%에 해당하는 2조4761억원의 보험금을 수령했다. 6개월 동안 1000만원이 넘는 고액을 수령한 가입자 비중은 0.17%지만 지급보험금 비중은 13.9%에 달한다. 0.002%에 해당하는 300명은 각각 5000만원 이상의 보험금을 타갔다.
실손지급보험금 현황/그래픽=김다나
특히 동네 의원인 1차 병원의 비급여 의료비는 2022년 1조5234억원에서 2023년 1조3715억원으로 감소했으나, 올해 1조4615억원으로 다시 늘었다. 백내장 수술 비용을 실손보험으로 받기 어려워지면서 비급여 증가세가 주춤했으나 무릎주사 시술 등 새로운 비급여 항목이 생기면서 다시 늘어나기 시작한 것으로 업계는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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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급여가 보험금 누수의 원인으로 지목된 이유는 건보가 관리하는 급여와 달리 별도의 관리 체계가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의료 기관이 가격을 임의로 설정하고 진료 횟수, 양을 남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보험사의 손해율도 계속 오르고 있다. 지난해 1분기 실손보험 손해율은 119.4%였으나 올해 1분기에는 126.1%로 뛰었다. 손해율은 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인데 100%를 초과할 경우 초과분만큼 적자가 된다.
적자를 본 보험사는 보험료를 올릴 수밖에 없어 다수의 가입자가 피해를 본다. 실제로 소비자의 보험료 상승 체감도는 높다. 가입자가 가장 많은 2세대 실손보험 가입자인 40세 남성 A씨의 경우 2013년 월 보험료는 1만281원이었으나 3년마다 3차례 갱신하면서 보험료는 연평균 52.6% 올랐다. 가장 최근 갱신 시점인 2022년에 책정된 보험료는 3만6066원으로 9년 만에 251% 인상됐다. 67세 여성인 B씨는 올해 갱신하면서 보험료가 직전보다 41.5% 올랐다. 2012년 가입 당시 월 가입 보험료는 3만8960원이었으나 4번 갱신하는 동안 보험료는 13만4290원으로 뛰었다.
실손보험의 손해율을 잡지 못하면 보험료 급등은 불가피해 보인다.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은 다음 달 실손보험 개선안 등이 담긴 2차 개혁방안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과잉 진료를 부추기는 비급여를 실질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안이 나올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