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 영양군 일대 풍력단지 전경/사진=권다희 기자
경북 육상풍력 발전단지 중심지 된 영양육상풍력은 고도가 높을 수록 바람이 강해져 유리하다. 산지가 많은 경북 북부는 대부분 서풍인 한국에서 바람이 막힌 곳 없이 도달해 풍력하기에 좋다. 이 중 영양군에는 2008년 말 첫 풍력발전기가 가동된 걸 시작으로 경북 전체(465.2MW)의 약 60%에 달하는 풍력단지가 몰려 있다. 국내 육상풍력 평균 이용률 25%를 적용하면 연간 약 576GWh(기가와트시), 19만가구 이상이 쓸 수 있는 전력이 만들어진다.
풍력·태양광 발전단지가 지어지는 과정에서 사업자와 인근 주민과의 소통을 원활하게 해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한 취지다. 발전소가 들어서며 주민들이 받는 부정적 영향을 원활히 해소하는 건 개발사와 주민들이 '윈윈'하는 지점을 찾는 문제이기도 하다. 사업자는 공사 기한을 단축하는 등 사업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고, 지역은 경제적인 활력을 모색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주민참여형 사업이란/그래픽=이지혜
상업운전 시작 1년 반만에 주민들의 '열렬한 환영'을 얻은 건 주민참여에 따른 이익공유가 마을에 눈에 보이는 활력을 불어 넣었기 때문이다. 제2풍력단지 이익공유제는 전체 약 300가구가 거주하는 인근 9개 마을에 각각 지원금을 지급하고, 이와 별도로 영양군 및 영양군 석보면에 지역단위로 비정기적 이익공유를 실시한다. 이익공유제 재원으로 올해 1월 시작한 공부방은 이미 가시적 효과를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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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보면에는 유치원생부터 중학생까지 50명 이상의 아동이 거주하는데, 가장 가까운 학원을 가려면 차로 20분 이상 소요되는 영양군이나 인근의 다른 면으로 가야 한다. 대중교통이 거의 없는 데다 주로 농사를 짓는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는 게 불가능해 사교육이 불가능한 환경이다. 그러던 석보면에 주민들과 제2풍력단지간 협의로 올해 초 이익공유 재원을 활용한 공부방이 만들어졌다. 올해 상반기 22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수학을 가르쳤는데 성적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 학력평가에서 인근 군에서 학원을 다니는 학생들의 성적 평균을 넘어섰다고 한다. 올해 하반기 영어에 이어 내년 국어로 과목도 확대할 예정이다.
주민대표인 유학균 영양주민풍력 법인 대표/사진=GS E&R 제공
주민대표 "대립 보다 상생지점 찾는 게 중요" 유학균 대표는 "이익공유제를 실시하면서 지금까지 주민들이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할 수 있는 재원이 생겼다"고 했다. 화재나 홍수 피해가 발생할 때 정부 지원금 지급까지 시일이 상당히 걸리는데 이익공유 재원으로 시급하게 필요한 생필품 구입 등을 할 수 있었던 게 대표적이다. 지역 내 다문화 가정의 고향 방문 여비를 일부 지원하기도 한다.
2009년 영양 지역 첫 풍력발전기가 주거지 인근에 지어진 걸 계기로 풍력발전 소음과 영향을 공부해 온 유학균 대표는 개발사의 태도 같은 주관적 측면이 문제를 풀어가는 데 중요하다고 했다. '보상받기 원하는 주민 대 협상을 꺼리는 개발사'처럼 대립하는 구도가 아닌 상생하는 지점을 찾으려는 노력이 양측에 필요하다는 것. 인근의 다른 풍력단지 건설이 주민들과 불협화음을 일으켰던 사례를 언급하며 "주민과 협의 없이 진행 됐던 게 원인"이라 했다.
유학균 대표는 "제2풍력단지의 경우 사업자가 처음부터 정보를 다 공개하고 풍력발전단지를 세우는 데 따른 장단점을 투명하게 설명했다"며 "주민들과 어떻게 상생할 것인지 하는 부분을 처음부터 협의했기 때문에 마찰이 상당히 적을 수 있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