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원스님 구리 신행선원장
기후적이나 역사적으로 변화무쌍한 이 땅의 한민족에게는 무엇이든 주변을 규정하고 파악하고자 하는 본능에 그런 것이 두드러지는 것 같다. 최근에는 MBTI(자기 보고식 성격 유형 검사 도구)가 크게 유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이 과학적이라고 믿지는 않는다. 고대에 중국 황실에서는 점술가가 거북이 배껍질을 태워서 그 크랙을 보고 점을 쳐서 전쟁의 승패를 황제에 보고했다고 한다. 한 나라의 전쟁이 한낱 점술가에 의해 결정되던 것이다. 몇 천년 전에 주술에 의존하던 경향이 아직도 여전히 전승되고 있다. 한쪽에서는 사람의 지능을 능가하는 AI를 연구하고 화성에 유인 우주선을 보내기 위해 로켓을 발사하는데 한쪽에서는 점을 치고 있는 아이러니한 시대다.
우리는 어떤 유형의 사람이 되어야 할까? 세상이 부와 명예, 권력을 좇아가지만 그런 것을 어린아이 장난감 보듯 하는 사람은 그런 자리에 있더라도 넘치거나 교만하지 않을 것이다. 값비싼 명품으로 온몸을 치장하고 있는 이를 만나더라도 부러워하거나 질투하지 않는 사람, 그런 사람은 그저 타인에게 혐오감을 주지 않는 행실로 자신을 치장한다. 그런 사람은 재정적 여유가 있을 때에도 먼저 주변을 살핀다. 어느 날 행운이 찾아와 삶이 크게 변하더라도 그의 눈빛은 전과 같을 것이고, 크게 좌절하는 일이 생기더라도 금방 훌훌 털고 일어날 것이다. 대체로 이런 사람은 강한 사람이다. 쉽게 규정할 수 없는 사람이며 그는 텅 빈 것 같지만 순식간에 가득 차기도 한다.
우리는 어떤 유형의 사람이 되어야 할까? 말장난 같지만 텅 비어 가득한 사람일까? 그런 사람이 되기를 희망한다. 얼마전 롤드컵으로 명명되는 리그 오브 레전드의 월드 쳄피언십 우승컵을 들어올린 페어커(FAKER) 이상혁 선수는 명상을 자주 한다고 한다. 긴장되고 불안한 순간 점을 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차분하게 하는 명상을 선택한 것이다. 그의 그런 습관이 당 대회의 최고령 우승자가 되게 한 하나의 요인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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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주변에 쉽게 영향을 받는다. 명상은 그 마음을 고요하게 하는 힘을 얻게한다. 그렇다고 명상만 하라는 것이 아니라 하루 단 10분이라도 명상을 한다면 삶이 달라질 것이다. 특히 감정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면 더욱 그렇다. 누가 혈액형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무형(無形)이라고 대답하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