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헌 iM증권 연구원. /사진=김창현 기자
금융투자업계에서 지주사 전문가로 알려진 이상헌 iM증권 연구원은 최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9월 한국거래소와 유관기관이 발표한 밸류업지수가 정책의도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겉돌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PBR, 고ROE, 시가총액기준, 개별종목 편입비중 15% 상한캡 등 거래소 스스로가 내놓은 기준들이 발목을 잡아 자본효율성을 건드려 저평가된 주식가치를 끌어올린다는 밸류업정책 핵심을 구현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정보기술관련 상장사들이 밸류업정책과 결이 맞지 않음에도 밸류업지수에 편입됐다고 바라봤다. 반도체 사업을 영위하는 상장사들이 대표적이다. 최근 몇년간은 경기가 회복되며 ROE가 개선세를 보였지만 시클리컬(경기순환)주인만큼 앞으로도 이정도의 수익성을 낼 것이라 담보할 수 없는 탓이다.
이 연구원은 "최근 밸류업지수 수익률이 코스피, 코스피200 등 국내 주요지수를 앞질렀다고 하지만 밸류업지수를 견인한 SK하이닉스 (173,000원 ▼9,900 -5.41%), 고려아연 (1,025,000원 ▲44,000 +4.49%)이 밸류업정책 때문에 주가가 올랐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반짝 주목받았다가 투자자들 뇌리에 잊힌 그저그런 지수 중 하나가 되지 않으려면 밸류업정책으로 주가가 오를 수 있는 종목을 지수에 편입해야 한다"고 했다.
은행 등 밸류업정책을 통해 자본효율성을 개선할 수 있는 업종을 중심으로 밸류업지수가 이뤄져야한다고 강조했다. 밸류업정책과 맞물려 기업이 스스로 노력해 주가를 지속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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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업종은 밸류업정책이 발표된 올해 상반기부터 현재까지 우수한 수익률을 보이며 시장에서 대표적인 밸류업관련업종으로 여긴다. KRX은행지수는 올해 들어서만 35% 상승했다. 하지만 낮은 PBR로 일부 은행주는 밸류업지수에서 제외되기도했다. 현재 은행업종의 PBR은 0.49배에 그친다.
이 연구원은 "은행업종을 대표적으로 꼽았지만 꼭 은행에 매달릴 필요는 없다"며 "지수개발자들이 지금보다 더 민감하게 종목을 스크리닝해야한다"고 말했다.
밸류업공시 우후죽순 나오는데, "현황 파악 못하는 상장사 다수"이 연구원은 밸류업공시에 대해서도 IR(기업설명회) 자료집을 그저 복붙(복사해서 붙여넣기)하는 수준의 공시가 다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업황에 대한 깊은 고민없이 단순히 향후 몇년간 이익을 늘려 ROE를 개선하겠다는 근거없는 공수표를 남발하는 경우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일부 지주사 밸류업공시도 허점이 있다고 꼬집었다. 지주사는 본업에서 수익성이 많이 나지 않는 대신 다른 업종에 비해 많은 자본을 보유하고 있다. 이익을 자본으로 나눈 값인 ROE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자사주매입 후 소각 등 자본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 밸류업공시를 내놓은 SK (138,400원 ▼800 -0.57%) 등은 자본의 활용성에 관한 계획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그는 "여태껏 이익을 늘리지 못했던 기업이 향후 3년, 5년 안에 이익을 갑자기 늘리는 건 불가능하다"며 "지주사 중에서는 SK의 밸류업공시 내용이 다소 실망스러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