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26회 반도체대전(SEDEX)’에 대만 TSMC 간판이 설치돼 있다. /사진=뉴스1
10일 로이터통신·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를 종합하면 TSMC는 중국 고객사에 월요일인 11일부터 7나노미터(nm·10억분의 1m) 이하 첨단 반도체 주문을 받지 않는다고 통보했다. 이에 따라 AI 클라우드를 위한 반도체 설계에 막대한 투자를 해온 알리바바와 바이두 같은 중국 빅테크 기업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FT는 내다봤다.
미국 정부는 2020년 인공지능 반도체가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중국 기업이 미국산 장비를 사용해 제작된 반도체를 구매하지 못하도록 했다. TSMC 반도체 제작에는 미국산 장비가 투입된다. 그런데 지난달 중국 화웨이가 출시한 인공지능 반도체에 TSMC가 만든 칩이 탑재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에 대한 조치를 내놓은 것으로 분석된다.
FT는 TSMC가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에게 신뢰할 수 없거나 비협조적이라는 인상을 주는 일을 특히 경계한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대선 전 TSMC를 겨냥해 "대만이 미국의 반도체 산업을 훔쳐 갔다"며 "미국에 공장을 짓는다면서 우리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아놓고 생산을 본국으로 옮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TSMC뿐 아니라 트럼프 당선으로 인해 세계 공급망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중국에 공장을 둔 미국 기업들은 이미 비상이 걸렸다. 트럼프가 대부분 수입품에 10~20% 보편 관세를 매기겠다고 공약하면서 중국산에는 60%를 부과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미국 소매연합회는 트럼프의 예고대로 관세를 매기면 미국 소비자들은 의류·완구·가구·가전제품·신발을 사는 데만 연간 460억~780억달러(약 64조~109조원)를 더 부담하게 된다고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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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미국 기업들은 중국에서 철수하거나 생산 비중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8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신발 브랜드인 스티브 매든은 1년 내 중국 생산 비중을 40%대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다른 신발 업체 디어스태그스는 내년 1월 트럼프 취임 전까지 중국 공장 생산에 집중해 재고를 쌓아 두겠다는 계획이다. 세탁 세제 '암앤해머'로 유명한 처치&드와이트는 구강 관리 제품 등 일부 생산을 중국 외 지역으로 이전했다.
하지만 트럼프의 기대와 달리 업계 관계자들은 고율 관세만으로 제조 공장이 미국으로 돌아가기 힘들다고 봤다. 디어스태그스 대표 릭 머스캣은 "공급망을 옮기는 일이 서류상 좋은 아이디어일 수 있지만 우리 사업에서는 실현 불가능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