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세원 이화여대 경영학부 교수.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한 수습 공인회계사들은 회계법인에서 2년, 혹은 공공기관이나 사기업의 회계 및 세무 관련 부서 등에서 3년을 근무해야만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받아 정식 등록할 수 있다. 대부분의 수습 공인회계사들은 수습처로 회계법인을 선호한다. 회계법인이 공인회계사로서 필요한 실무 경험을 쌓기에 가장 적합한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반면 일반기업은 수습 공인회계사 채용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일반기업은 충분한 실무 경험을 갖춰 즉시 업무에 투입할 수 있는 경력직 등록 공인회계사를 선호한다. 기껏 수습 공인회계사를 채용하더라도 이들이 회계법인으로 이직할 가능성이 높기에 수습 공인회계사 채용할 가능성은 작고 선호하지도 않는다.
지난해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회계 시장의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하면서 회계법인들의 수습 회계사 채용 규모도 정체 상태에 빠졌다. 이에 따라 수습처를 찾지 못하는 합격자들이 큰 폭으로 증가해 올해의 경우 11월 초까지 200명이 넘는 합격자들이 수습처를 확보하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수습 공인회계사 채용이 보통 10월에 마무리되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은 수습처를 찾지 못해 다음 해를 기약해야 한다. 나아가 올해처럼 수습 공인회계사들의 미지정 상황이 내년에도 해소될 것이라고 보장하기는 어렵다.
이런 이유로 단기적인 관점에서의 회계 시장 전망만이 아니라 중장기 측면에서 수요예측을 통한 공급 인원 결정이 요구된다. 특히 연도별 급격한 변동은 시험합격의 예측가능성 문제는 물론, 공인회계사 인력의 안정적 양성에도 부정적 측면이 크기 때문에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올해 공급 과잉 상황은 분명하다. 내년 선발 인원에 대한 정부의 지혜로운 결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