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회계사 합격자 조정 필요하다

머니투데이 권세원 이화여대 경영학부 교수 2024.11.1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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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세원 이화여대 경영학부 교수.권세원 이화여대 경영학부 교수.


올해 9월4일 금융위원회는 올해 공인회계사(CPA) 시험 합격자 1250명을 발표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해 1100명에 비해 150명이나 늘어났다. 발표 이후 2개월이 지났는데도 상당수의 합격자가 적절한 수습처를 찾지 못해 합격의 기쁨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한 수습 공인회계사들은 회계법인에서 2년, 혹은 공공기관이나 사기업의 회계 및 세무 관련 부서 등에서 3년을 근무해야만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받아 정식 등록할 수 있다. 대부분의 수습 공인회계사들은 수습처로 회계법인을 선호한다. 회계법인이 공인회계사로서 필요한 실무 경험을 쌓기에 가장 적합한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반면 일반기업은 수습 공인회계사 채용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일반기업은 충분한 실무 경험을 갖춰 즉시 업무에 투입할 수 있는 경력직 등록 공인회계사를 선호한다. 기껏 수습 공인회계사를 채용하더라도 이들이 회계법인으로 이직할 가능성이 높기에 수습 공인회계사 채용할 가능성은 작고 선호하지도 않는다.



2017년 회계 제도 개혁 이후 최근 몇 년간 국내 공인회계사 인력 시장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났다. 회계감사 등 관련 제도가 크게 변하면서 회계법인에서 더 많은 공인회계사가 필요하게 됐고, 회계감사 대상 기업들에서도 공인회계사의 수요가 꾸준히 증가했다. 여기에 회계기준인 K-IFRS의 복잡성도 경제 전반에서 공인회계사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까지는 수습 공인회계사들도 합격 후 회계법인에 쉽게 취업할 수 있었다.

지난해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회계 시장의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하면서 회계법인들의 수습 회계사 채용 규모도 정체 상태에 빠졌다. 이에 따라 수습처를 찾지 못하는 합격자들이 큰 폭으로 증가해 올해의 경우 11월 초까지 200명이 넘는 합격자들이 수습처를 확보하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수습 공인회계사 채용이 보통 10월에 마무리되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은 수습처를 찾지 못해 다음 해를 기약해야 한다. 나아가 올해처럼 수습 공인회계사들의 미지정 상황이 내년에도 해소될 것이라고 보장하기는 어렵다.



공인회계사 시험 최소 선발 인원은 자격제도심의위원회에서 회계 시장의 수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다음 해 합격자 수를 결정한다. 그러나 공인회계사 공급은 수습 과정을 마치고 등록된 인원으로 확인된다. 따라서 공인회계사 시험 합격과 공인회계사 공급 사이에는 엄연히 시차가 존재한다. 특히 과거의 회계 시장 성장 전망을 기반으로 선발 인원을 늘리다 보면, 올해와 같이 회계 시장이 급격히 위축된 경우 수습 공인회계사들이 적절한 수습처를 찾지 못해 등록이 지연되는 사태가 반복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단기적인 관점에서의 회계 시장 전망만이 아니라 중장기 측면에서 수요예측을 통한 공급 인원 결정이 요구된다. 특히 연도별 급격한 변동은 시험합격의 예측가능성 문제는 물론, 공인회계사 인력의 안정적 양성에도 부정적 측면이 크기 때문에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올해 공급 과잉 상황은 분명하다. 내년 선발 인원에 대한 정부의 지혜로운 결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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