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휴 뭘 저렇게까지..'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지난 10월 5일 진행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운동에 참석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점프를 하며 지원 하고 있다. 점프하는 머스크를 바라보는 트럼프의 표정이 이채롭다. 2024.10.09 /로이터=뉴스1
스페이스X나 스타링크로 이미지가 많이 우주화 한 머스크지만 아직 '머스크=테슬라'고 '테슬라=전기차'다. 그런데 트럼프가 누구인가. 미국의 전기차 보조금이 "중국만 배불리고, 미국 노동자들에겐 피해를 준다"며 "부임 첫 날 전기차 의무화를 백지화하겠다"(7월18일 전당대회 연설)고 한 인물이 아닌가.
트럼프에겐 중국이 사실상 적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유권자들에게 가장 선명하게 트럼프를 인식시킨 공약 중 하나가 "중국산 수입품에 60% 이상의 특별관세를 물리겠다"는 거였다. 아예 담을 쌓겠다는 거다. 다시 위대해져야 할 미국을 가로막는 중국을 힘으로 눌러버리겠다는 얘기다. 중국에 베팅한 머스크 입장에선 트럼프가 불편해야 상식이다.
'천재 아니면 괴짜'라는 평을 받는 머스크다. 이번 대선 행보는 천재의 행보일까 괴짜의 행보일까. 한 중국 진출 외국 금융기관 법인장은 "괴짜를 가장한 천재의 행보 아니겠느냐"고 했다. 미국 내 분석도 그렇다. 당장 AI(인공지능) 투자와 스페이스X 우주개발 지원이 늘어날거란 전망이 제시된다. 허위정보 논란으로 흔들리는 X(옛 트위터)도 규제나 처벌을 피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에선 그 이상의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원이야말로 미중관계 현주소와 앞으로 흘러갈 상황을 감안할 때 머스크가 둘 수 있었던 최상의 수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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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결과가 전해진 6일(미국 현지시간) 트럼프에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축하 전화를 했다. CNN이 핵심관계자를 인용해 전화 소식을 보도했을 뿐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는 비밀이다. 화기애애하진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는 "당선되면 첫 번째로 시 주석과 통화해 무역 합의 이행을 촉구하겠다"(9월23일 펜실베이니아 포럼)고 했다. 축하 전화에서 대뜸 그 주제를 꺼내고도 남을 사람이다.
불편한 관계로 출발할 미중관계엔 물꼬를 틀 사람이 필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문법이 그렇다. 트럼프는 2018년 터키에, 2019년 이란과 베네수엘라에 각각 특사를 파견해 병목상태에 놓인 외교 문제를 풀었다. 2017년에 북한에 간 농구선수 데니스 로드먼은 개인자격으로 방문했음을 강조했지만 로드먼과 트럼프의 특별한 인연을 감안할 때 사실상 특사 역할을 했다.
트럼프 1기 대중정책에 관여한 인물 중 거의 유일하게 캠프에 남은 게 외교정책 고문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국가안보보좌관 정도다. "중국은 언제든 대만을 공격할 수 있다"고 말하고 다니는 인물이다. 화해의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아니다. 그렇게 보면 지금 트럼프와 시진핑 사이에서 움직일 수 있는 인물, 그것도 미국인은 머스크 말고는 없다.
미국을 싫어하면서도 한편 동경하는 중국에서, 현지화 모범생인 테슬라는 최고의 전략적 파트너다. 머스크는 작년 5월 중국을 찾아 시 주석의 최측근들을 만났고, 11월엔 미국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서 미국 기업인들을 대동하고 시 주석과 만찬했다. 올 4월엔 중국에서 리창 총리와 회동했다. 대 중국 활동이 이렇게 자유로운 미국 기업인도 머스크 외엔 없다.
트럼프와 머스크 둘 다 장사꾼이다. 머스크가 미중관계에서도 일정 역할을 한다면 트럼프로서는 대가를 주지 않을 수 없다. 중국에서 그렇게 많은 전기차를 만드는 테슬라지만 미국으론 단 한 대도 수출하지 않는다. 보호무역 신봉자 트럼프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고도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때론 거짓말도 서슴지않는 트럼프지만 대선 직후 했다는 "머스크는 천재"라는 말은 진심이었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