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고·옥스포드 졸업했는데 시골서 소 키운다고…성공적인 귀농 비결은
머니투데이 인제(강원)=이창명 기자
2024.11.08 04:25
[I-노믹스가 바꾸는 지역소멸]⑧강원 인제-이지연 신월리 청년회장 인터뷰
편집자주 흉물 리모델링·님비(기피·혐오)시설 유치와 같은 '혁신적 아이디어(Innovative Ideas)'를 통해 지역 사회에 활기를 불어넣고 경제를 활성화하는 'I-노믹스(역발상·Inverse concept+경제·Economics)'로 새로운 기회를 찾는 지방자치단체와 기업, 비영리단체(NGO) 등이 속속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역의 골칫거리로 전락한 재래시장과 빈집, 발길 끊긴 탄광촌과 교도소, 외면받는 지역축제 등이 전국적인 핫플(명소)로 떠오르면서 지방소멸 위기를 타개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머니투데이가 직접 이런 사례를 발굴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이지연 신월리 청년회장(동물해방물결 대표)/사진제공=이지연 대표 인구 96명에 불과한 강원도 인제군 남면 신월리 주민들 중엔 영국 옥스포드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엘리트가 2명이나 있다. 이지연 신월리 청년회장(동물해방물결 대표)과 전범선 이사가 그 주인공이다. 두 사람은 민족사관학교를 졸업한 수재들이다. 이 회장은 고려대 국제학부를 거쳐 옥스포드 대학원에서 환경지리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전 이사도 미국 다트머스 대학과 옥스포드 대학원에서 역사학을 전공했다.
2017년에 동물해방물결 창립한 이들은 2022년 인천에서 도축 직전 꽃풀소 5마리를 구출해 오면서 신월리 주민으로 전입했다. 지난 4일 만난 이 회장은 "저는 누구보다 전공을 잘 살리고 있다고 생각하고, 현재 하고 있는 일에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 이사는 현재 밴드 '양반들'의 보컬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해외 경험이 풍부하고, 동물권에 관심이 높았던 이 회장은 국내에선 아직 생소한 '팜 생추어리(Farm Sanctuary)' 모델을 참고해 신월리 마을을 바꿔놓고 있다. '안식처'란 뜻을 가진 생추어리는 수명이 다할 때까지 동물들을 돌보는 활동이다. 특히 국내에선 지역사회와 결합한다는 점에서 외신들도 주목하는 사례로 꼽힌다. 이 회장은 "해외의 생추어리 사업은 대부분 축산농가를 물려받은 젊은이들이 어쩔 수 없이 하는 측면도 있다"면서 "우리가 신월리와 함께 하는 사업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들이 구조해온 꽃풀소들은 현재 350여명의 정기 후원자로부터 모금을 받아 마을에 정착하고 있다.
믿을 만한 청년들이 시골마을에 들어오자 정부와 지역사회도 지원에 나섰다. 행정안전부 생활권 단위 로컬브랜딩 사업을 통해 폐교를 복합문화공간으로 되살려 '국내최초 비건마을'로 키워내고, 청년보금자리주택과 신축 축사를 짓는데 총 32억원이 투입된다. 조그만 시골마을에서 보기 힘든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직접 현장에 가보니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이 회장은 "꽃풀소와 함께 지역 마을을 되살리는데 보탬이 되고 싶다"면서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마을에 관계인구를 늘려나갈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지연 신월리 청년회장/사진제공=이지연 대표 마을 주민들도 기대가 크다. 특히 유학파 출신들이 폐쇄적인 시골마을에 제대로 정착할 수 있을까란 의문도 적지 않았지만 벌써 2년이 넘게 신월리 주민으로 무리없이 살아왔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성공적인 귀촌의 비결로 "마을 주민들의 다양한 지원도 있지만 무엇보다 자유로움을 허용해주신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청년들이 귀농이나 귀촌에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로 지나친 통제가 꼽힌다.
전도화 신월리 이장은 "청년들이 농촌을 떠나는 경우를 보면 생각보다 사소한 문제가 많다"면서 "전입해온 청년들이 꼭 마을에 있어야 한다는 그런 강박을 주지 않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가능한 자유롭게 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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