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즈 / 사진=피네이션
좀 더 쉬운 길을 택한 변심일까, 아니면 음악적 성숙을 위한 전심일까. 타이틀곡을 제외한 직접 쓴 나머지 곡들을 듣자면, 후자 쪽에 가까워 보인다. 변화가 필요했던 헤이즈는 역할을 분화하는 것으로 진화했고, 갓 핀 싱그러운 꽃이 아닌 정성스레 말려 향취가 깊은 말린 꽃이 됐다.
‘폴린’의 앨범 소개서다. 짧지만 완곡한 이 글은 트랙에 대한 장황한 기술적 서술보다 더 많은 걸 느끼게 한다. 우리는 흔히 노래 듣는 행위를 ‘감상(感想)한다’고 한다. 감상은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느낌이나 생각’을 뜻하는 단어다. 노래를 듣는다는 건, 마음을 쓰는 일이다. 헤이즈의 “하나뿐인 마음에”서 시작된 ‘폴린’은, 전심을 다 한 진심의 음률로 듣는 이를 무척이나 마음 쓰이게 한다. 그렇게 헤이즈는 이 앨범으로 오직 자신의 마음만 붙잡는 게 아닌, 청자의 마음마저 붙든다.
헤이즈 / 사진=피네이션
앨범명과 동명의 타이틀 곡 ‘폴린’의 이야기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노래는 지극히 서정적이지만 애처롭지는 않다. 노골적으로 슬픔을 드러낸 ‘겉마음’이나 ‘점’, ‘내가 없이’ 등의 수록곡과는 달리, “누군가의 마음속에 한 철의 낭만이 되어 준 뒤 녹듯이 사라지는”이나 “어쩔 줄을 몰라하다 그렇게 어른이 되어가네”라는 가사로 지난 아픔에 대해 달관한 모습을 보여준다. 때문에 이 노래가 1번에 놓여있는 건 조금 아쉽다. 비아이(B.I)가 이 곡을 작사, 작곡한 것도 눈여겨 볼 점인데, 그의 흥행작인 ‘사랑을 했다’의 단출한 사운드 구조나 아픔에 오히려 의연한 반어적 멜로디 구성이 언뜻 서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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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즈는 비아이의 멜로디를 자신의 것으로 흡착하며 비슷하지만 다르고, 가녀리지만 강인하며, 여전하지만 변화한 미묘한 차이로 자신의 전심을 꺼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