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원 바른세상병원 원장
53세 주부 박모씨는 얼마 전 지인들과 운동 겸 단풍놀이를 하러 인근 산을 찾았다. 그런데 산행 이후, 무릎에 뜨끈뜨끈한 열감과 통증이 생겼다. 무리하게 등산을 한 게 아니어서 금세 괜찮아질 거라 여겼는데, 무릎의 붓기는 가라앉지 않고 움직일 때마다 통증이 지속됐다. 특히 앉았다 일어설 때, 계단을 오르내릴 때 불편감이 심해 병원을 찾았는데 '반월상연골판 파열' 진단받았다. 강한 충격을 주지도 않고 부딪치거나 외상을 입은 적이 없는데 연골판이 파열됐다는 말에 박 씨는 어리둥절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반월상연골판 손상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수는 15만 7131명이다. 40대까지는 남성 비율이 높지만 50대 이후부터는 여성 환자 비율이 높아지는 것으로 파악된다. 20~30대 젊은 층은 운동 중 부상으로 파열되는 경우가 많지만 40~60대 중년층의 경우 작은 충격이 반복적으로 가해지면서 연골판이 조금씩 닳다가 손상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퇴행성 파열은 주로 가사노동을 많이 하는 주부, 직업적으로 무릎을 구부렸다 펴는 동작을 많이 하는 사람들에서 자주 나타난다.
퇴행성 변화로 인한 반월상연골판 파열은 이미 만성적으로 파열된 상태이기 때문에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심각한 경우가 아니라면 증상을 조절하며 현재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보존적 치료를 우선 시행한다. 하지만 통증이 심하거나 붓고 물이 차는 등의 증상이 반복된다면 관절경으로 손상 부위를 다듬어서 자극되지 않도록 해주는 연골판 부분 절제술로 증상 호전을 도모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 연골판 봉합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관절경 시술 이후에도 연골판 파열에 의해 이차적으로 발생하는 퇴행성 관절염이 진행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중년 이후 퇴행성 연골판 파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운동이 도움이 된다. 평소 실내 자전거 타기, 걷기 운동 등을 통해 무릎 주변의 근력을 강화하는 것이 좋다. 쪼그려 앉거나 무릎 꿇고 걸레질하는 습관 등은 무릎 건강에 좋지 않으므로 삼가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