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연정 붕괴 위기…"미 대선 끝나자마자 정치적 혼란"

머니투데이 이지현 기자 2024.11.07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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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연립정부가 사실상 무너지면서 올라프 숄츠 총리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총리에 대한 신임투표는 내년 1월 치러질 전망이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에르푸르트에서 열린 한 가톨릭 행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4.5.31  /로이터=뉴스1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에르푸르트에서 열린 한 가톨릭 행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4.5.31 /로이터=뉴스1


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을 종합하면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이날 저녁 기자회견을 열고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에게 크리스티안 린드너 재무장관의 해임을 요청했다"며 "내년 1월15일 연방의회에 자신에 대한 신임 투표를 부치겠다"고 밝혔다. 숄츠 총리는 사회민주당(SPD), 린드너 장관은 자유민주당(FDP) 출신이다.



숄츠 총리는 내년도 예산안과 관련한 타협안을 제시했으나 린드너 장관이 거부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해결책과 타협안을 거부하는 사람은 무책임하게 행동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는 총리로서 그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린드너 장관에 대해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의 이기주의", "자신의 지지자들과 자기 당의 단기적 생존에만 신경을 썼다"고 비판했다.

이에 린드너 장관은 "숄츠 총리의 해임 요청이 따분하다"면서 "숄츠 총리가 독일이 새로운 출발을 가능하게 할 힘이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숄츠 총리는 야심이 없으며, 독일 경제 성장의 근본적인 약점을 극복하는 데 기여하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숄츠 총리와 린드너 장관은 그간 경제 및 예산 문제를 놓고 수개월간 갈등을 빚어왔다. 친기업 중도우파 성향의 FDP를 이끄는 린드너 총리는 법인세 인하와 기후 규제 완화, 사회복지 축소 등을 요구했으나 이는 좌파 성향의 숄츠 총리에게는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이었다. 연립 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또 다른 정당인 '녹색당' 역시 좌파 성향을 띤다.

독일 연방정부 각료 해임은 총리가 대통령에게 요청하고 승인받는 공식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의회가 숄츠 총리를 불신임할 경우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이 의회를 조기 해산하고 내년 9월로 예정된 총선을 앞당길 수 있다. 숄츠 총리는 "신임투표로 의회가 조기 총선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며 "내년 3월 말 총선을 치를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의회가 숄츠 총리를 신임할 경우 SPD와 녹색당이 소수 정부를 유지하거나 야당의 협조를 받을 수 있다. 숄츠 총리는 "당장 제1야당인 기독민주당(CDU) 프리드리히 메르츠 대표와 조속히 대화를 모색하겠다"며 "우리나라에 중요한 문제에 대해 건설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대부분의 관측통은 그가 패배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린드너의 해임과 FDP가 정부에서 물러나면서, 불화의 대명사가 돼버린 매우 인기 없는 연정에 막이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로이터도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지 몇 시간 만에 유럽 최대 경제국에서 정치적 혼란이 촉발됐다"며 "현재 숄츠 총리의 지지율이 바닥을 치는 상황에 극우와 극좌 세력이 늘고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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