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발급됐습니다"…스팸 28억건 뿌린 문자업체, 485억 챙겼다

머니투데이 김미루 기자 2024.11.0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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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죄조직에게 의뢰받은 국제발신 문자메시지 약 28억건을 전송한 문자전송업체 대표와 개발자 등 6개 업체가 보낸 문자메시지 예시. /사진제공=서울경찰청 범죄조직에게 의뢰받은 국제발신 문자메시지 약 28억건을 전송한 문자전송업체 대표와 개발자 등 6개 업체가 보낸 문자메시지 예시. /사진제공=서울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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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조직에게 의뢰받은 국제발신 문자메시지 약 28억 건을 전송한 문자전송업체 대표와 개발자 등 20 명이 검거됐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는 전기통신사업법,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국내 문자전송업체 대표 김모씨(39·남) 등 3명을 구속하고 개발자 B씨 등 1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 등은 2015년부터 최근까지 보이스피싱 범죄조직 등으로부터 의뢰받은 국제발신 문자메시지를 대량으로 전송한 혐의를 받는다.



김씨 업체를 비롯해 총 6개 업체가 9년간 전송한 것으로 확인된 불법 문자메시지는 약 28억5000건으로 조사됐다. 지난 8월 기준 국내 휴대전화 가입자 약 5692만명에게 1인당 50건가량을 발신한 양이다.

경찰 조사결과 김씨 등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업체를 등록하지 않고 해외 통신사를 경유해 국내 이동전화에 문자를 전송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보이스피싱 미끼 문자나 불법 의약품·도박사이트·성매매 광고 문자 등 정보통신망법을 위반하는 문자 전송을 의뢰받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김씨는 아마존 클라우드 서버를 이용해 사이트 서버를 해외에 두고 텔레그램 등 해외 SNS(소셜미디어)로만 문자 전송을 의뢰받았다. 또 해외 거래소를 통해 가상자산으로 대금을 수수했다.


범죄조직에게 의뢰받은 국제발신 문자메시지 약 28억건을 전송한 문자전송업체 대표와 개발자 등 업체 20명이 무더기로 검거됐다. 김씨가 사들인 외제차량. /사진제공=서울경찰청범죄조직에게 의뢰받은 국제발신 문자메시지 약 28억건을 전송한 문자전송업체 대표와 개발자 등 업체 20명이 무더기로 검거됐다. 김씨가 사들인 외제차량. /사진제공=서울경찰청
문자메시지 의뢰 비용은 1건당 14~20원이었다. 김씨 업체는 9년간 21억9000여건을 발송해 범죄수익 약 390억원을 챙겼다. 6개 업체가 거둔 범죄수익은 총 485억4000만원에 달했다. 경찰은 김씨 등이 취득한 범죄수익과 외제차량 등에 대해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 절차를 통해 환수할 예정이다.

지난해부터 검찰·경찰·금융당국 등 기관사칭형 보이스피싱 피해가 급증한 가운데 경찰은 전화를 유도하는 미끼문자가 국제발신 업체를 통해 발송된 것으로 파악하고 지난 1월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지난 5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김씨 업체를 포함해 6개 문자전송업체를 특정한 뒤 사무실,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했다.



김씨는 지난달 말 서울 성동구 성수동 고급 아파트에서 검거됐다. 경찰은 같은 달 김씨 등 20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검거 이후 미끼문자를 사용한 보이스피싱 사건은 지난 1월 80%에서 다수 업체 사이트 폐쇄가 이뤄진 지난 8월 10%대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미끼문자 발송이 어려워지자 기관사칭형 보이스피싱 조직은 카드 배송기사를 사칭해 직접 피해자에게 (미끼) 전화를 걸고 있다"며 "개인정보 도용이 의심되니 수사기관과 연결해주겠다고 속이는 방식으로 수법을 변경한 만큼 각별하게 주의해달라"고 밝혔다.



 범죄조직에게 의뢰받은 국제발신 문자메시지 약 28억건을 전송한 문자전송업체 대표와 개발자 등 6개 업체가 보낸 문자메시지 예시. /사진제공=서울경찰청 범죄조직에게 의뢰받은 국제발신 문자메시지 약 28억건을 전송한 문자전송업체 대표와 개발자 등 6개 업체가 보낸 문자메시지 예시. /사진제공=서울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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