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트럼프 당선인은 주한미군에 대해 한국이 내야 할 연간 방위비 분담금으로 내년에 우리가 낼 돈의 9배인 100억달러(13조원)가 적당하다고 주장해왔다. 만약 협상이 결렬되면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실행에 옮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는데,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우리 군(軍)의 안보태세를 점검, 재정비해야 할 '이때' 우리 군인의 건강과 생명을 책임질 '군의관'이 부족하다.
상황이 이런데도 군의관이 아닌 일반병(현역병)으로 입대한 의대생이 올해 1000명을 넘어섰다. 국방부와 병무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 말까지 일반병으로 입대한 의대생은 총 1052명으로 5년 전인 2019년(112명)보다 9.4배, 지난해(267명)보다 4배나 많다. 의대생이 군에 입대했다는 건 '군의관을 포기하겠다'는 의미다. 아직 의사 면허가 없는 의대생은 군의관이 될 수 없어서다.
기자가 만난 한 의대생은 "어차피 지금 휴학계를 냈는데, 이 기간에 차라리 일반병으로 입대하면 군의관보다 복무 기간도 줄이고, 현재의 의정 갈등이 군대 다녀온 후 어느 정도 정리돼있지 않을까 여겨 입대했거나 하려는 사람이 많다"고 귀띔했다. 한 의대 교수는 "나 때는 군의관으로 입대해 장교 대우를 받으며 편하게 군 생활을 했지만, MZ세대 의대생이 21개월이나 더 오래 복무하면서까지 군의관을 가려 하겠느냐"며 "차라리 짧고 굵게 다녀오고 해외여행을 즐기는 게 낫다고들 여긴다더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종전국이 아닌, 휴전국이다. 언제든 전시상황이 닥칠 수 있고, 군인 누구든 훈련 또는 전쟁 발발 시 치명적인 부상을 당할 위험에 노출돼있다.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훈련 강도를 높여야 한다면 부상자가 늘 수 있는 상황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하지만 현직 군의관이 차출되는 상황에서 군의관 기피 현상까지 더해진 지금의 상황이 장기화하면 결국 군 의료체계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새로운 한미 동맹이 출발하기 전, 의정 갈등을 하루빨리 종식해야 할 또 다른 이유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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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교 머니투데이 바이오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