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우진, 불혹에 되찾은 로맨틱 설렘의 얼굴
머니투데이 한수진 기자 ize 기자
2024.11.07 08:00
'정숙한 세일즈' 연우진 / 사진=하이지음스튜디오, 221b JTBC ‘정숙한 세일즈’에서 연우진은 시골 마을로 자진해서 내려간 경찰 김도현을 연기한다. 미국에서 자란 도현은 아이비리그에도 무난히 들어갈 수 있었지만 한국에서 경찰이 되겠다는 목표로 고국으로 향했고, 경찰대학교를 거쳐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근무했던 엘리트다. 그런 그가 연고도 없는 시골 경찰서로 내려가서는, 풍기 문란 신고 같은 시시껄렁한 사건을 수사한다. 작은 일에도 사사건건 참견하고, 스스럼없이 훅훅 들어오는 동료들의 관심은 도현에게 불편할 뿐이다. 미국에서 자라 30년을 개인주의로 살아온 그는 이런 마을 분위기가 썩 마음에 들지 않다.
그러던 어느 날, 순찰 도중 자신을 다급하게 부르는 정숙(김소연)을 만났다. 벼랑 끝에 선 듯 절박한 얼굴로 “버스에 마지막 희망을 놓고 내렸다”라며 제발 도와달라는 여자의 간청에 도현은 차를 몰아 떠나는 버스를 잡아 세웠다. 그런데 고생 끝에 찾은 그 희망의 정체가 야한 속옷에, 콘돔, 성 기구다. 황당한 마음에 다시는 엮이지 않길 바랐지만, 운명인지 계속해서 정숙을 마주친다. 어이없어 실소가 나오는 여자였는데, 그를 볼 때 점점 미소가 새어 나온다.
묘하게 그늘져 있던 도현의 얼굴은 정숙과 마주할수록 점점 양지로 향한다. 말의 온도는 점점 따뜻해지고, 두 눈동자에는 점점 생기가 차오른다. 8회에서 도현은 “한정숙 씨랑 있으면 조금 혼란스러워서 피하려고 했다”라며 “그래서 확인해 보려 한다”라고 정숙을 꼭 끌어안는다. 사랑을 몰랐던 이 남자는, 그것을 처음 느낄 때 겪는 애틋한 순정을 얼굴에 한가득 담아내며 지켜보는 시청자들까지 설레게 한다.
'정숙한 세일즈' 연우진 / 사진=하이지음스튜디오, 221b
도현이 겪는 사랑의 떨림은, 이를 세밀하게 실어넣은 연우진의 얼굴을 통해 더없이 로맨틱한 장면을 완성한다. 연우진은 그렇게 도현을 통해 소싯적 뭇 여성들의 애를 닳게 만든 ‘로맨틱남’의 폼을 되찾는다. 심지어 ‘연애 말고 결혼’(2014), ‘내성적인 보스’(2017), ‘7일의 왕비’(2017) 등에서 보여줬던 얼굴보다 마흔이 된 지금의 모습이 더 세밀하고 떨림 있다.
그것은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2022) 같은 시행착오를 겪고, ‘서른, 아홉’(2022)의 선우나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2023)의 고윤으로부터 터득한 고차원의 어른 멜로를 단계적으로 흡수해 탄생한 오늘날의 얼굴이기도 하다.
연우진은 185cm나 되는 훤칠한 키에, 한눈에 봐도 잘생긴 얼굴, 부드러운 분위기를 지닌 장점이 있는 배우이고, 그것을 미묘한 떨림으로 차분하게 보여줄 때 매력을 크게 드러냈다. 그래서 ‘정숙한 세일즈’의 도현은 연우진이 자신의 매력을 선명하게 보여줄 수 있던 작품이었고, 부모를 애타게 찾는 애처로운 과거사까지 끼워 넣어 가련함까지 품게 했다.
여기에 과거에서나 오늘날에서나 한국 사회에서 이혼 여성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각에 편입되지 않고, 상대의 매력과 직업을 존중하는 태도까지 지닌 이 캐릭터를 완벽하게 체화했다. 그렇게 연우진은 전성기 때 불렸던 ‘로맨틱남’이라는 애칭을 불혹에 되찾으며 주말 안방극장에 커다란 설렘을 불어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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