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선언을 한 허경민.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5일 2025년 FA 승인 선수 명단을 공시했다. 총 20명의 선수 중허경민은 B등급으로 시장에 나오게 됐다.
그러나 FA를 선언했다고는 해도 허경민의 이적을 예상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올 시즌 급성장한 선수들 중 3루 자원이 많았다. 최우수선수(MVP)가 유력한 김도영(KIA)을 비롯해 2015년 데뷔 후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낸 송성문(키움), 프로 3년 차에 첫 풀타움 주전으로 28홈런을 날린 김영웅(삼성), 풀타임 시즌 첫 3할 타율을 기록한 손호영(롯데)까지 모든 구단이 확실한 3루수를 수확하게 된 시즌이었다.
허경민.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허경민 또한 두산에 대한 애정이 상당하다. 2009년 2차 1라운드 전체 7순위로 두산에 입단한 허경민은 절친한 동료인 정수빈과 함께 원클럽맨으로 활약해왔고 두산의 전성기의 중심으로 활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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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으로 빠지기 직전인 5월 중순까지 타율 0.389로 고공행진을 펼치던 허경민은 이후 다소 내리막길을 걸었음에도 115경기 타율 0.309 7홈런 61타점 69득점, 출루율 0.384, 장타율 0.427, OPS(출루율+장타율) 0.811로 FA 계약 이후 가장 좋은 시즌을 보냈다.
다만 FA 직전해 활약에 대해 불만을 나타내는 팬들도 있었다. 지난 7월 24일 잠실구장 인근에선 일부 두산 팬들이 보낸 트럭시위가 벌어지고 있었는데 허경민도 타깃이 됐다. 프런트는 물론이고 고액 연봉을 받는 선수들에 대한 비판의 메시지가 트럭에서 표출되고 있었는데 허경민에겐 '스탯 관리 85억 돈미새'라는 표현으로 비판을 가했다. 허경민이 FA 시즌을 앞두고 돈에만 눈이 멀어 스탯 관리에만 집중한다는 것이었다.
FA 계약 기간 중 가장 좋은 성적이 나온 것은 공교로운 일이었지만 이는 많은 선수들에게서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이기도 하다. 괜히 'FA 로이드'라는 말이 나온 게 아니다. 더구나 허경민은 올 시즌을 앞두고 남다른 각오로 훈련에 임했고 새로 장착한 안경까지 큰 효과를 보이며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허경민.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올 시즌 종료 후 3년 20억원의 선수 옵션이 있었는데 이 조건에 수긍하고 두산에 잔류하겠다는 뜻으로 읽혔다.
그러나 허경민은 FA를 신청했다. 타 구단에 가겠다는 뜻이 큰 것은 아니다. 그럴 만한 상황이 되지 않는다는 것도 스스로 잘 알고 있을 터. 다만 4년 간의 활약을 돌아봤을 때 그보다는 더 좋은 조건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 때문이었다.
6일 경기도 이천 베어스파크에서 마무리 캠프 훈련 도중 만난 이승엽 두산 감독은 "FA 선수이기 때문에 전적으로 구단에 일임을 했다"며 "어떤 결과가 나오든지 지금 현재는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은 없다. 협상을 잘 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두산 구단 입장에서도 허경민의 FA 선언이 놀라울 것은 없다는 반응이다. 다만 어떤 생각으로, 어느 정도의 수준을 원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구단 관계자는 "우선 만나봐야 알 것 같다. 만나서 요구 조건을 들어볼 것"이라고 전했다.
두산 입장에서도 무리한 요구가 아니라면 어느 정도까지는 허경민의 금액에 맞춰줄 수 있다는 분위기다. 다만 큰 돈을 쓰기는 어려울 수 있다. 허경민 또한 두산이 자신을 가장 필요로 하는 구단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서로를 가장 필요로 하는 허경민과 두산 사이에서 미묘한 신경전이 어떤 결말로 마무리될지가 이번 스토브리그 두산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허경민.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