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의 땅' 美에 수십조 부었는데…트럼프 귀환, K-배터리 떨고 있다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박미리 기자, 김도균 기자 2024.11.06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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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 미국 공장LG에너지솔루션 미국 공장


K-배터리는 초긴장 상태다. 친 내연기관 성향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컴백'이 유력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화석연료 기반 산업의 경우 수혜가 예상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국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앞세우고 있기 때문에 업계 전체가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업계는 그동안 북미를 '기회의 땅'으로 간주하고 수 십조원 대의 투자를 단행해왔다. 배터리 3사는 북미 지역에만 연 600GWh(기가와트시) 이상의 생산라인을 갖추는 것으로 목표로 한다. 현대차를 비롯해 GM, 스텔란티스, 혼다, 포드 등과의 JV(합작사) 계획도 활발하다.



IRA(인플레이션감축법)에 따른 AMPC(생산세액공제)도 북미 투자를 앞당긴 요인이었다. AMPC는 미국 현지에서 배터리 셀과 모듈을 생산하는 기업에게 1kWh(킬로와트시)당 최대 45달러 수준의 세액공제를 제공하는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3분기까지 1조7080억원, SK온은 8281억원의 혜택을 받았다.

문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IRA 폐지를 공공연히 언급하고 다닌 점이다. K-배터리 입장에선 이같은 정책 변화가 달가울리 없다. 캐즘(Chasm, 일시적 수요 둔화)으로 전기차 배터리 밸류체인 자체가 어려운 환경에 직면한 상황이기도 하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은 북미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은 국내 기업 입장에서 분명한 악재"라고 말했다.



일단 트럼프 전 대통령이 IRA의 전면 폐지는 하지 못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공화당 하원의원 18명과 의장이 IRA 폐기 반대 의사를 밝히는 등 공화당 내부에서도 IRA의 유지를 바라는 목소리가 높은 편이다. 배터리 공장들이 공화당 입장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한 미시간·오하이오·조지아·애리조나·테네시·인디애나·캔터키 등에 밀집돼 있기도 하다.
(피츠버그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4일 (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레피츠버그에서 열린 선거 집회서 유세를 마친 뒤 춤을 추고 있다. 2024.11.05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피츠버그 AFP=뉴스1) 우동명 기자(피츠버그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4일 (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레피츠버그에서 열린 선거 집회서 유세를 마친 뒤 춤을 추고 있다. 2024.11.05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피츠버그 AFP=뉴스1) 우동명 기자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 정부가 IRA의 '축소'를 시도한다고 하더라도 K-배터리의 북미 진출 방침에는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북미는 여전히 전기차 침투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가장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시장이다. 무엇보다 '중국 견제'라는 정책 방향성에는 변화가 없다. 중국 배터리 기업들과 경쟁해야 하는 K-배터리 입장에서 결코 놓칠 수 없는 '노 차이나' 시장이 북미에 만들어지고 있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는 지난 1일 '배터리 산업의 날'에서 "모든 기업들이 미 대선 시나리오에 대해 준비하고 있고, 잘 대응하려고 한다"면서도 "AMPC에는 큰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현욱 SK온 IR담당은 지난 4일 콘퍼런스콜을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하더라도 보조금 예산 제한, 보조금 대상 차량 축소 등에 그칠 것"이라며 "미국 내에서 중국 배터리 대비 우위를 유지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정유 업계 역시 향후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으로 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집권 이후에는 미국 내 셰일오일 생산 확대, 석유 업계에 대한 규제·세금 완화 등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정유 업계 관계자는 "유가 자체는 향후 떨어질 게 유력한데, 이게 우리 입장에서 좋을지 안 좋을지는 불분명하다"며 "보호무역 정책이 본격화될 경우 석유 수요가 늘어날 지 여부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철강 업계의 걱정도 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내 철강 산업의 성장을 위해 고율의 관세를 매기거나, 쿼터를 하향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 업계의 경우 기대반 우려반의 시각을 갖고 있다. 보호무역으로 인해 글로벌 물동량이 줄어드는 것은 악재지만, 원유·LNG(액화천연가스) 등의 수출입이 활발해지는 것은 호재가 될 수 있다. 방산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다른 나라에 방위비 분담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며 "자체적으로 군사력을 키우려는 움직임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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