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30일 서울시내 한 의과대학에 의시가운이 걸려있다. 교육부가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갈등 8개월여만에 의대생 휴학 승인을 대학의 자율에 맡겼다. 사실상 조건 없는 휴학 승인 허용이다. 교육부는 의대를 운영하는 대학 40개교 총장들과 비공개 화상 간담회를 마친 뒤 보도참고자료를 내 "학생 복귀와 의대 학사 정상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학생들이 개인적 사유로 신청한 휴학에 대해 대학 자율 판단에 맡겨 승인하도록 한다"고 밝혔다. 2024.10.30. [email protected] /사진=정병혁
이는 기존 정원인 3058명에서 섣불리 늘려선 안 된다는 기조보다 더 강경한 주장이다. 지난 2월20일 전공의가 병원을 대거 떠난 후 8개월여간, 의사집단에선 '의대증원 백지화'와 '원점 재검토'를 일관되게 주장해 왔는데 정부와의 시각차는 오히려 더 벌어진 모양새다.
전의교협·전의비는 "내년에 휴학생들이 복귀한다고 해도 내년 의대 1학년은 약 7600명이 수업을 함께 들어야 하는 사상 초유의 상황"이라며 "예과 1학년은 교양 위주라서 문제 될 게 없다고들 하지만, 사실은 아니"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의대생들은 예과 이후에도 본과 교육뿐 아니라 전공의 수련까지 향후 10여년간 교육과 수련을 제대로 받을 수 없는 상황에 부닥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2025년도 의대 '정원'은 5058명이고, 다만 '모집인원'을 대학 여건에 맞춰 한 차례 4567명으로 줄인 것"이라며 "이는 입시 일정에선 정원이 정해져 있어도 대학 상황에 따라 모집인원을 줄여서 모집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논리대로라면 내년에 의대 신입생을 적게 뽑든 아예 뽑지 않든 대학 상황에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전공의들 사이에선 "내년 의대 교육 파행을 고려해, 내후년엔 의대 신입생을 아예 뽑지 말고 건너뛰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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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전공의가 대거 병원을 떠난 지난 2월20일, 성명서를 통해 정부에 '7대 요구안'(그래픽 참조)을 제시했는데, 여기에 '2026학년도(내후년) 의대 모집 중단'을 추가해 8대 요구안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지난 2월 발표한 7대 요구안. /그래픽=이지혜
박단 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4일 SNS에 "(정부는) 7500명 교육이 가능하다고 국민들을 기만할 게 아니라, 정상적인 교육이 불가능함을 시인하고, 지금이라도 학교별 모집 중단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대 교수들 사이에선 내년도 의대 1509명 증원을 그대로 추진할 경우 면접전형에서 보이콧해 신입생을 뽑지 않겠다는 움직임까지 일고 있는 것으로 포착된다. 실제로 전의교협·전의비가 지난달 25~26일 전국 40개 의대 교수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의대 교수(응답자 3072명)의 89.8%(2758명)는 "현 상황이 지속된다면 2025학년도 대입 전형(면접관 등)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답변했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진행하는 대국민담화·기자회견에서 의대증원책과 장기화한 의료공백 사태에 대해 새 입장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의사 A씨는 "윤 대통령은 의료·연금·노동·교육 등 4대 개혁은 즉시, 꼭 필요한 개혁이라고 여러 차례 공언했다"며 "이번 대국민담화·기자회견에서 의료 개혁의 실행 방법과 가능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길 바란다. 4대 개혁이 실체도 없이 정치구호로 사용돼선 안 된다"고 날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