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FTA 20년, 우리 농업의 저력과 끈기
머니투데이 김성훈 충남대학교 농업경제학과 교수
2024.11.06 02:01
김성훈 충남대 농업경제학과 교수 1999년 12월 우리나라는 칠레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위한 협상을 시작했고, 3년에 걸친 협상 끝에 2004년 4월 협정을 발효했다. 당시 FTA 찬성 또는 반대를 주장하는 진영의 논쟁이 치열했는데, FTA를 반대하는 쪽에서는 한-칠레 FTA를 통해서 포도로 대표되는 칠레산 농산물이 우리나라 시장에 무차별적으로 들어와서 국내 농업의 기반을 무너뜨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에 FTA를 찬성하는 쪽에서는 농업 등 경쟁력이 떨어지는 산업은 피해를 볼 수 있지만, 국가 전체 산업과 소비자의 관점에서는 양국 간 교역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결과적으로 FTA 반대파든 찬성파든 우리 농업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했던 것이 기억난다.
우리나라 최초의 FTA였던 한-칠레 FTA 발효 이후,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59개국을 대상으로 21건의 FTA가 발효되어 다양한 수입 농산물이 국내에 들어왔다. 특히, 2015년에 발효된 한-중국 FTA와 2019년에 발효된 한-미국 FTA는 당시 농업계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히기도 하였다. FTA라는 새로운 농업 환경에 들어선 지 20년이 지난 시점에서, 한국 농업은 어떻게 변하였을까?
먼저 우리나라로 수입되는 농축수산물의 규모를 보면, 2004년 40억 달러에서 2023년 338억 달러로 8배 정도 증가하여 수입 농산물이 우리나라 시장에 대거 들어와서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과거에 특별한 날에만 맛을 볼 수 있었던 바나나의 가격이 1980년대 후반에 kg당 7천 원 수준이었는데, 당시 쇠고기 한 근(600g)의 가격인 6천 원을 뛰어넘었다. 그러한 바나나가 요즘 kg당 2 ~ 3천 원에 판매되어 누구나 쉽게 사먹는 농산물이 되었다. 분명 소비자에게는 이득이 된 셈이다.
다음으로 우리나라 농축수산물의 수출 실적을 보면, 2004년 18억 달러에서 2023년 100억 달러로 6배 정도 증가하여 FTA 발효 이후 수출이 늘어났음이 확인된다. 우리 농산물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상품으로 자신의 입지를 늘려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데, 이는 FTA로 교역이 쉬워진 것 뿐만 아니라 해외 소비자에게 통하는 상품을 개발하여 시장을 개척하는 각고의 노력을 다한 결과로 보아야 한다. 대표 사례인 포도를 보면, 한-칠레 FTA로 과수원을 모두 폐원하고 농업을 접어야 할 것 같던 포도 농가가 샤인머스켓으로 대표되는 신품종과 개선된 재배법을 도입하여 국내 시장에서 칠레산 포도의 공세를 이겨내고 중국을 포함한 해외시장에 진출하여 성과를 내었다.
FTA는 분명 우리 농업에 큰 시련을 주었다. 최근 20년 동안 농업인과 도시 근로자의 소득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농업인의 수가 줄어든 원인은 여러 가지이겠지만, FTA 발효로 늘어난 수입 농산물이 우리 농산물의 국내 입지를 좁혀왔던 것이 주요 원인 중의 하나이다. 그럼에도 우리 농업은 외부 충격에 맥없이 무너지기보다는 맞서 일어서는 쪽을 택하였고, 피나는 노력과 자기희생을 통해서 현재의 모습으로 우뚝 섰다. 여기에 정부와 국민의 아낌없는 지원이 더해졌음은 물론이다.
우리 농업과 농업인의 저력과 끈기에 박수를 보내고, 앞으로 더욱 성장하는 농업의 미래를 기대한다.(김성훈 충남대학교 농업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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