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기초과학 연구 생태계'를 주제로 열린 '2024 기초과학 학회협의체 연구 포럼'에서 발표자로 선 조윌렴 이화여대 물리학과 교수 /사진=박건희 기자
4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기초과학 연구 생태계'를 주제로 열린 '2024 기초과학 학회협의체 연구 포럼'에서 발표자로 선 조윌렴 이화여대 물리학과 교수가 이처럼 지적했다. 기초과학학회협의체는 대한수학회, 한국물리학회, 대한화학회 등 국내 기초과학을 대표하는 학회 연합체다.
노벨과학상은 물리·화학 기초과학 분야 연구 중에서도 사회적 파급력이 크며, 다양한 후속 연구의 기반이 된 원천적 연구에 주어지는 경향이 있다. 조 교수는 "노벨과학상이 과학 연구의 유일한 목적은 아니지만 그 국가가 얼마나 잘살고 있고, 과학이 그 삶에 어떻게 기여하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일본은 100년 이상의 기초과학 연구 역사를 갖고 있지만 한국은 상대적으로 연구 역사가 짧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GDP 규모와 GDP 대비 R&D 투자율은 높지만, R&D 투자에 대한 역사적 총량을 따지면 아직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중에서도 기초과학 연구에 투자한 총량만을 따진다면 순위는 더 멀어질 것"이라고 봤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기초연구 투자에 대한 '지속성'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국가 R&D의 기초연구비를 삭감하더니 뒤늦게 조치를 취해 기초연구 액수를 조금 늘리곤, 숫자만 가리키며 삭감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면서 "국내 기초과학계는 국내 전체 연구자 수와 집단 연구 규모를 고려할 때 1만 5000개 수준의 연구 과제 수를 유지해야 한다고 보고 이를 유지해 왔는데, 이번에 과제 수가 대폭 줄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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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날 포럼에 참석한 정옥상 부산대 화학과 교수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2025학년도 R&D 예산안에 따른 과제 수는 1만 600여개다. 그는 "과제 수를 줄이는 건 상자 안에 생쥐를 가둬놓고 증식시키면서 상자의 크기는 키우지 않아 생태계를 어렵게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내년 R&D 예산이 늘어난다고 해도 별로 행복하지 않다"며 "연구시스템이 무너지고 분배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결국 연구자가 힘들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바뀌고 담당자가 바뀌어도 기초과학 투자의 방향성은 유지될 수 있도록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