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2000년 맞춤형 산업용 효소 전문기업 제노포커스를 창업한 반재구 박사(현 기술총괄이사, 자회사 바이옴로직 대표이사)의 판단은 달랐다. 산업의 발전과 함께 효소의 중요성과 필요성도 더욱 커질 것이라고 봤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약 35년간 근무하며 미생물 디스플레이 기술 등을 개발했던 반 박사는 제노포커스를 세워 기술 국산화에 나섰고, 이듬해 기술팀장으로 합류한 현재 김의중 대표와 함께 산업용 K-효소들을 20년 넘게 만들어 왔다.
대표적인 산업용 특수 효소로 락타아제, 리파아제, 카탈라아제 등이 있다. 특히 락타아제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개발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미국, 유럽에 수출하고 있다. 제노포커스의 락타아제는 면역증강물질이자 프리바이오틱스의 일종인 갈락토올리고당을 만드는 능력이 있다. 갈락토올리고당은 모유의 올리고당과 구조와 기능이 유사하기 때문에 분유 원료로 활용된다.
바이오·헬스케어 관련 소재도 개발한다. 우선 SOD는 활성산소를 분해하는 효소다. 장 염증 완화와 함께 습성 황반변성과 같은 안질환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혈전을 실타래처럼 둘러싸고 있는 피브린을 분해해 뭉쳐 있는 혈전을 풀어주는 나토키나제도 생산한다. 이는 미국과 일본 등 해외에 수출하고 있으며 국내 판매량 1위 제품이다.
이밖에 기존 화학적 생산법이 아닌 미생물을 이용해 화장품 원료인 바이오 레티놀도 생산한다. 김 대표는 "미생물을 활용하면 화학적인 유독 원료나 고온, 고압의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고도 친환경적으로 레티놀을 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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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 K2는 혈액 내에 있는 칼슘이 혈관에 쌓여 석회화되지 않고 뼈로 흡수될 수 있게 도와주는 영양소다. 칼슘이 뼈에 잘 흡수되도록 도와주는 오스테오칼신을 활성화해 골다공증을 예방하고 개선한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찾는 곳이 많다. 해외에선 오래 전부터 비타민K2에 대한 효능, 안전성이 입증돼 다양한 건강기능식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국내는 올해 3월 비타민K2가 건기식 원료로 인정돼 관련 제품이 하반기부터 출시되고 있다.
김 대표는 "비타민K2를 연구할 시점에 해외에선 세상을 바꿀 '넥스트 빅씽'(Next Big Thing)이라 불릴 정도로 한 창 뜰 때였고, 한국에선 뭔지 모를 때였다"고 회상했다. 국내에선 아직 비타민K2 허가가 나지 않은 상태여서 시장 자체가 없던 탓에 수출 밖에 답이 없었다. 김 대표는 "당시에 조직도 작았을 뿐더러 오직 기술 뿐이었으므로 시장에 어떻게 접근해 팔아야 할지 몰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 지원을 받았다"고 말했다.
KISTI는 데이터 기반 기술 사업화 분석 플랫폼인 '스마트K2C'를 통해 품질·기능·가격 부문에서 해외시장을 종합 분석한 뒤 제노포커스 제품의 시장 경쟁력을 검증, 이에 맞는 판촉 전략을 제시했다. 이를테면 일반 비타민K2는 지용성 성질로 일반 음료, 우유 등에 적용하기 어려웠으나 제노포커스의 비타민K2는 미세캡슐화를 통해 음료, 유제품 등 일반 식품에 적용이 가능하다. 이런 이점을 강조한 평가결과지는 국제적 공신력을 확보한 일종의 레퍼런스로 통용됐는 데 약 13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고, 유럽 건기식 원료 전문 유통사와의 계약을 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제노포커스는 최근 바이오기업 HLB그룹에 인수됐다. 이를 통해 제노포커스는 약 700억 원의 신규 자금을 확보, 글로벌 시장 진출 확대는 물론 새롭게 추진 중인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신약 개발·임상을 실행할 자금도 마련하게 됐다.
김 대표는 앞으로 HLB제노포커스의 CEO(최고경영자)로 기존 사업 전반에 대한 경영을 지속할 계획이다. 그는 "HLB의 신약개발 임상 경험과 라이센싱 아웃 관련 네트워크를 활용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며 "특히 노인성 황반변성 관련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에 있어 임상 진행 속도를 더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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