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 깔리자마자 미국 학계와 언론계, 정부관계자들의 관심을 끌었던 이 책은 미국이 틱톡을 금지하고, 중국이 미국 앱(애플리케이션)들을 금지하는 이유 등 정치 외적인 부분에서 이뤄지는 미·중 양강의 경쟁과 전략을 소개한다. 여기에 일본 정부가 일본 국민메신저 라인(LINE)의 대주주 네이버에 대해 우려를 하고 있는 이유와 화웨이 통신장비에 대한 미국 정부의 동맹국 사용 금지 강권 등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필자인 패럴과 뉴먼은 미국과 중국 등 글로벌 정치의 리더십을 놓고 경쟁하는 강대국들이 중립적이고 무해하게만 보이는 글로벌 경제의 기술적 장치들을 장악해 자국의 이익에 이용하려 어떻게 노력하는지를 독자들에게 알리고자 한다.
패럴과 뉴먼은 미국의 초고속통신망이 정보 및 국방기관들이 밀집해있는 워싱턴 DC 북부 버지니아 지역을 집중적으로 경유하고 있다고 봤다. 여기를 통과하는 광섬유는 프리즘 기술을 통해 2개의 신호로 분리돼 하나는 원래의 경로로 이동하고 다른 하나는 신호정보를 담당하는 미국 국가안보국(NSA)으로 간다는 주장이다. 국가안보국은 이스라엘 기술을 이용해 광섬유를 따라 흐르는 암호화된 정보를 풀고 해석한다는 전언이다.
중국도 같은 방식으로 정보를 들여다본다는 것이 패럴과 뉴먼의 시각이다. 대표적인게 화웨이로 5G(세대) 통신설비를 싼 가격에 팔면서 세계 시장을 석권하려 했던 이유도 통신망을 장악해 정보를 취득하기 위한 것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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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는 가격경쟁력이 월등해 심지어 미국의 강력한 우방인 영국도 이 회사 장비를 들여오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 친했던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에게 화웨이 도입을 강력히 말렸고, 이 과정에서 존슨 총리가 말을 듣지 않자 '졸도 직전까지' 격분하기도 했다고 한다. 미국은 화웨이의 5G 설비가 중국 정부의 감시도구라고 의심했다.
패럴과 뉴먼은 또 화웨이가 마오쩌둥식으로 농촌지역을 먼저 장악한 후 도시로 진격한다는 사업전략을 채택해 중국 국내와 해외시장에 적용하고 있다고 적었다. 화웨이가 급부상한 계기로 1994년에 성사된 화웨이 회장 런정페이와 장쩌민 공산당 총서기와의 만남을 지목했다.
런정페이는 이 자리에서 "교환기 설비 기술이 국가안보와 연결되며, 자체 교환기 설비를 갖추지 못한 국가는 군대가 없는 국가와 같다"고 언급했고, 장쩌민은 "옳은 말씀"이라고 화답했다는 것이다. 화웨이는 내부 영업자료에서 자사 제품이 '주요 정치 인사'를 효과적으로 추적하는 능력이 있다는 점을 홍보하라고 했다는게 필자들의 주장이다.
미국의 최대 권력 도구인 달러의 패권에 대해서도 이 책은 기술하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자국내 은행계좌를 동결시킬 힘이 있고, 이를 통해 전세계 금융권을 통제할 수 있다는게 주요 골자다. 미국 은행계좌가 동결되거나 사용할 수 없게 되면 그 은행은 글로벌 경제에 참여할 수 없게 돼 '뱅크런(집단인출사태)'을 맞는다. 미국 계좌가 작동하지 않는 국가는 외국과 물물교환을 하는 수준으로 무역이 어려워진다. 이 책은 패권국가의 보이지 않는 경쟁을 들여다볼 수 있는 관점을 제공한다. 미·중 양강 사이에 끼어 있는 한국의 경제안보를 위해서도 필독서인 셈이다.
◇언더그라운드 엠파이어/ 헨리 패럴·에이브러햄 뉴먼/파도북스/2만5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