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한국 웹툰에 필요한 두 가지

머니투데이 이정현 기자 2024.11.05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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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작가들을 인터뷰하다 보면 다양성이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네이버웹툰 등 메이저 플랫폼의 등장으로 웹툰산업이 전 세계적으로 커져 마냥 행복한 줄 알았던 그들의 입에서 "아쉽다"는 말이 심심찮게 나온다.

이유는 더 이상 예전처럼 자유롭게 그릴 수 없기 때문이다. 메이저 플랫폼과 계약한 작가들은 안정적인 수입과 인기를 얻은 대신 인기 있는 장르, 유행하는 그림체로 웹툰을 그려야 한다고 말한다. 마이너 플랫폼에서 자신만의 길을 갈 수도 있지만 그런 경우 웹툰만으로 생계를 유지하긴 어렵다고 한다.



획일화한 웹툰 장르는 한국 웹툰의 약점이 됐다. 전 세계에서 만화시장이 가장 큰 일본에서는 라인망가나 카카오픽코마에 대한 기사에 '표지만 봐도 한국 작품이라 뻔하다'는 댓글이 달린다. 올해 나스닥에 상장한 웹툰엔터테인먼트는 최근 실적부진의 원인을 장르 다양성 부족이라고 분석했다. 같은 장르와 스토리가 반복돼 신규 유입이 줄었다는 취지다.

다양성 부족을 극복하기 위해선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작가는 순간의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개성 있는 자신만의 장르와 그림체를 만들어 나가고 플랫폼은 이런 작가와 작품을 적극적으로 독자에게 소개해야 한다. 독자도 선호하지 않는 장르나 그림체라고 해서 무작정 배척하기보단 웹툰산업의 발전을 위해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 다양성은 반드시 필요하다.



다음으로 플랫폼의 책임감이다. 최근 네이버웹툰 공모전에 올라온 한 작품이 우리 사회의 고질적 문제인 젠더 갈등을 부추기며 논란이 됐다. 일부 독자는 네이버웹툰이 사전에 걸렀어야 했다고 지적한다. 네이버웹툰은 해당 작품이 공모전 가이드라인을 위반하지 않아 사전에 거르지 못했고 주최하는 입장에서 출품작에 임의로 개입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네이버웹툰의 해명은 언어적으로 타당하다. 하지만 도덕적으로는 부적절하다. 웹툰의 글로벌화에 앞장서는 네이버웹툰은 국내 웹툰을 외국에 연재하기 전에 현지 정서에 맞게 현지화 작업을 신경 써서 진행한다. 외국에 내보내는 작품은 그렇게 신경 쓰면서 국내에 연재할 작품을 뽑는 공모전에선 국내 정서를 신경 쓰지 않았다는 말은 기만이다. 웹툰 종주국으로서 더 큰 책임감을 가져야 할 때다.

[기자수첩]한국 웹툰에 필요한 두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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