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5일(현지시간) 미국 대통령 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상·하원 선거 전망. / 그래픽=윤선정 디자인기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한국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올해 10억 달러(약 1조3800억원) 수준에서 최소 100억 달러(약 13조8000억원)로 인상을 주장하고 있는데, 추후 한미 협상이 틀어질 경우 백악관과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이 주한미군 철수 관련 법안을 밀어붙일 수 있다는 점에서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처럼 한미 연합훈련 일시중단에 나서는 경우도 우리 안보에 부담이 작지 않다.
미국 상원은 임기 6년으로 50개 주마다 2명씩 의원을 뽑아 총 100명을 둔다. 이번 선거에선 3분의 1인 34명을 새로 뽑는다. 각 주 인구에 비례해 대표를 뽑는 하원은 총 435석이며 임기는 2년이다. 미 상·하원은 법안 발의·심의권을 독점하고 정부 예산을 심사·승인하는 등 권한이 막강하다.
주한미군 병력 추이. /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 9월 자신의 방위비 분담 증액 요구에 반대한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와 충돌하며 독일 주둔 미군 병력의 3분의 1을 철수시켰다.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군 철수 이유에 대해 "독일이 국내총생산(GDP)의 2%를 분담금으로 지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다른 이유는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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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당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대화하는 모습. / AFP=뉴스1
올해 한국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은 10억 달러로 추정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장한 금액의 10분의 1수준이다. 한미 양국이 지난달 주한미군 주둔비용에 관한 우리 분담금을 11억 달러(약 1조5200억원)에 연간 물가상승률을 적용하기로 했지만 차기 행정부에서 이를 무력화할 수 있다. 국가 간 협정과 조약은 한 국가의 주권사항으로 대통령의 뜻에 따라 이론적으로 파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트럼프가 재집권할 경우 주한미군 주둔 관련 혼란이 예상되는 만큼 대비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주한미군 축소·철수를 방위비 인상 협상을 위한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어 방위비 협상은 '지연 전략'을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주한미군 철수, 김정은과 '빅딜'하면…'한반도 안보 비대칭'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2018년 6월 싱가포르 센토사 섬 내 카펠라 호텔에서 정상회담을 펼치고 있는 모습. / 사진=뉴시스
북한은 지난 6월 러시아와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하고 사실상의 군사동맹을 체결했다. 한반도에서 무력 상황이 발생하면 러시아의 한반도 개입이 기정 사실화됐다는 의미다. 북한이 미국과 평화 협상을 벌인 이후 우리나라를 향해 중대 도발에 나설 경우 우리 군은 러북 연합군과 맞서 싸워야 한다.
다만 김 위원장이 2차례 미·북 정상회담에서 미국으로부터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는 등의 '노딜'(빈손 협상)을 경험한 만큼 트럼프 전 대통령과 재회할진 미지수다. 러시아와 경제·안보 등의 협력에 나섰고 중국과 밀수역 등으로 '먹고 살만한 북한'이 미국 등 서방의 제재 해제 조치를 받지 않아도 돼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연일 김 위원장과 만나겠다고 말하지만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미국 행정부가 용인하긴 어렵다는 게 외교가의 관측이다. 1기 행정부 당시 재선을 노렸던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미·북 정상회담이란 이벤트가 필요했지만 2기 행정부를 끝으로 물러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더는 만날 동인이 없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외교안보 전문가는 "트럼프가 당선되면 대통령 취임 전 특사를 파견해 주한미군 주둔 필요성 등을 강조해야 한다"며 "주한미군이 북한 억제는 물론 트럼프의 최대 관심사인 중국 저지에 핵심적 존재라는 의미를 각인시켜야 한다"고 했다. 다만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수용하기 어려울 경우를 대비해 핵무장 잠재력 확보를 위한 한미 원자력협정개정, 자체 핵무장 등의 협상 카드를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추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한국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올해 10억 달러(약 1조3800억원)에서 최소 100억 달러(약 13조8000억원)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 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