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플레이 'SNL 코리아' 시즌6, KBS 2TV '개그콘서트'./사진=쿠팡플레이, KBS
최근 코미디에서 하는 풍자, 패러디가 퇴색될 경우 웃음 대신 비난이라는 거센 역풍을 맞을 수 있음을 보여줬다. 코미디 프로그램인 쿠팡플레이 'SNL 코리아' 시즌6이 바로 그 예다. 지난 26일 9회가 공개된 후, 코너 '정년이'가 논란이 됐다. tvN 토일드라마 '정년이'를 패러디한 코너로, '젖년이'로 나온 안영미의 대사와 행동이 논란거리가 됐다. '춘향이' 오디션에 나선 젖년이(안영미)는 파격적인 춘향을 보여준다면서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이리 오너라 벗고 허자"라고 민망한 소리를 했다. 이어진 성행위를 묘사하는 듯한 행동, 선정적인 추임새까지 더했다. 이를 본 많은 시청자들(쿠팡플레이 구독자)의 반응은 싸늘했다. 19금, 한계없는 패러디가 조롱과 비하하는 듯한 모양새에 불쾌감을 표현한 것.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해서 한 패러디였는지 혼란스러운 대목이었다. 안영미 특유의 19금 코미디라고 반박한 일부 시청자도 있었으나, 비난이 쇄도했다.
쿠팡플레이 'SNL 코리아' 시즌6 9회./사진=쿠팡플레이 'SNL 코리아' 시즌6 9회 캡처
KBS 2TV '개그콘서트' 코너 '데프콘 어때요'./사진=KBS
'개콘'은 지난해 11월 방송을 재개했다. 2020년 6월 방송 이후, 약 3년 5개월 만에 컴백했다. 돌아온 '개콘'은 다양한 코너와 유튜버로 활동 중인 개그맨들까지 함께 해 이전과는 다른 형태로 시청자들 앞에 섰다. KBS 공채 개그맨들로만 구성됐던 '개콘'은 새로운 인재를 끌어안으면서 변화를 예고했다. 물론, 주목받지 못했던 KBS 공채 개그맨 출신이나 신인들도 무대에 올렸다. 요즘 트렌드에 맞춰가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던 대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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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을 재개한 '개콘'은 각양각색인 시청자들의 취향 저격을 위해 나섰다. 대부분 콩트지만, 일부 코너는 방송 재개 후 시청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얻었고, 간판 코너가 됐다.
물론, '개콘'은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90년대 후반, 2000년대부터 2010년 중반까지 큰 인기를 누렸던 것에 비하면 지금의 반응은 찻잔 속 태풍 수준이다. 그러나 여기서 현재의 '개콘'을 주목해봐야 할 부분은 과거와 달라졌다는 것이다. 최근 시청률 2%대에 머무르고 있는 '개콘'이지만, TV를 벗어난다면 말이 다르다. '개콘'은 유튜브 채널 '개그콘서트'를 통해 코너 풀버전(무삭제 풀버전 포함)을 공개 중이다. 간판 코너가 된 '데프콘 어때요'의 경우, 높은 조회수를 자랑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방송된 '데프콘 어때요' 분량은 조회수 268만 뷰(2024년 10월 30일 오후 4시 25분 기준)를 돌파했다. 이외에도 100만 조회수를 넘는 회차가 15개. 인기 코너인 만큼 회차별 조회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TV를 떠나 온라인 플랫폼으로 프로그램을 접하는 '요즘 시청자'들의 취향에 맞춰가고 있느 셈. 과거 '개콘'에서는 볼 수 없는 전략이다. 덕분에 시청률 2~3%대에도 네티즌 혹은 시청자들에게 꾸준한 관심을 얻을 수 있다.
KBS 2TV '개그콘서트' 코너 '챗플릭스'./사진=KBS 2TV '개그콘서트' 방송 화면 캡처
외모를 두고 셀프 디스를 하는 '심의위원회 피해자들'은 과거와 달리 외모 개그의 어려움을 꼬집는 풍자 형태다. 허를 찌르는 놀림과 반격이 재미다. 또한 현재 '개콘' 코너 중 방청객이 채팅창에 올리는 글로 가장 아슬아슬한 수위를 뽐내는 '챗플릭스'는 영화, 드라마를 패러디한 설정이 있다. 기본 설정 속에서 방청객들이 올리는 말로 코너가 진행된다. 때로 짓궃은 상황 설정이 나와 출연자 전원이 당황해 어찌할 줄 모르는 상황으로 번지기까지 한다. 이 두 코너 역시 공감을 놓치지 않는다. 일방적인 투척이 아닌, 서로 알 수 있는 상황에 따른 설정이 공감을 이끈다. 덕분에 아슬아슬하다고 느끼면서도 웃게 된다. 과거 '개콘'이었다면, 대부분 편집됐을 내용이지만 방청객도 함께 한다는 세계관 확장 덕에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데프콘 어때요'는 어떤가. 로맨스와 개그가 조화를 이뤘다. 자신감까지 더해진 캐릭터 수연 씨(조수연)는 러블리 캐릭터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털털하지만 비하성 없는 분위기가 재미 포인트다.
'개콘'의 현재 코너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공감을 토대로 세계관이 확장됐다. 툭툭 던지는 대사, 설정이 과거 '개콘' 무대에서는 쉽게 볼 수 없던 것들이다. '데프콘 어때요'를 비롯해 '금쪽 유치원', '심곡 파출소' 등이 대표적인 예다. 대사나 액션 등의 구성이 반복성은 있으나, 매번 요즘 시대 속 상황들을 연상케 한다. 화제를 따라가지만, 그 하나에 그치지 않고 코너 속에서 함께 웃을 수 있는 공감이 필살기다. 자극적이지 않지만, 중독성 있는 코너와 캐릭터도 나오고 있다. 때로 코너와 코너를 오가는 캐릭터의 등장도 요즘 '개콘'이 세계관을 확장했음을 잘 보여준 예다.
유튜브 채널, OTT 등을 통해 코미디(개그) 콘텐츠도 다양해졌다. 자극적이고, 강렬한 매운맛, 가볍게 19금을 넘어서는 콘텐츠의 홍수다. 이런 코미디 콘텐츠 홍수의 시대에서 자극적인 한방보다 공감형 웃음 코드를 이어가는 '개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SNL 코리아'의 눈도 귀도 불편한 패러디보다 정극 코미디에 한번 빠져보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