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된 자본규제 탓에…보험사, 연간 이자비용 8000억 썼다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2024.10.30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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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 연간 이자비용/그래픽=이지혜보험사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 연간 이자비용/그래픽=이지혜


보험사들이 지급여력비율(K-ICS) 방어를 위해 지난해부터 후순위채·신종자본증권을 잇따라 발행하면서 연간 부담하는 이자비용이 8000억원을 넘어섰다. 금리 하락기에 금융당국이 규제 강도까지 높이면서 보험사의 이자부담이 눈덩이처럼 불고 있다. 자본비율 방어를 위해 조달한 자금은 신사업 투자 등에 활용할 수 없는 만큼 시장 상황에 맞는 연착륙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의 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 발행 잔액은 총 16조5875억원에 달한다. 평균 이자율은 5.33%이며, 연간 부담해야 하는 이자 비용은 8058억원이다. 지난해 보험사가 역대 최대 규모로 거둔 순이익이 13조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자본 조달비용이 작지 않은 셈이다.



보험사들은 특히 지난해부터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을 많이 발행했다. 지난해에는 생보사 2조5007억원, 손보사 3994억원을 발행해 발행 총액이 2조9000억원이었다. 올해는 지난 8월까지 자본성 증권을 3조원 가량 발행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배 이상 많은 규모다. 9월 이후에도 한화생명, ABL생명, 흥국화재, 현대해상, 교보생명 등이 자본성증권을 잇따라 발행했거나 발행할 예정이다.

자본성증권은 발행금리도 높다. 올 들어 보험사별로는 푸본현대생명(1200억원 규모)과 롯데손해보험(1394억원 규모)의 발행금리가 각각 7%, 6.8%에 달해 고금리 부담이 상대적으로 컸다. 지난해 한화생명이 발행한 약 5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이자율은 연 6%로 높은 편이었다.



보험사들이 연간 8000억원이 넘는 이자 부담을 안고서도 자본성증권 발행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킥스 비율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서다. 특히 지난해부터 금융당국은 새 회계제도(IFRS17)을 도입과 함께 보험부채 할인율 제도개선을 위해 3가지 규제를 단계적으로 강화해 왔다. 3가지 가운데 장기선도금리와 유동성 프리미엄 제도 개선안은 지난해부터 단계적으로 시행 중이고 내년부터는 '최종관찰만기 30년 확대' 규제 도입을 예고했다.

이미 시행 중인 규제 효과로 인해 대형 보험사조차 지난해 하반기 이후 킥스 비율이 20~30%P(포인트) 하락한 상태다. 일부 중소형사는 금융당국의 권고치인 150% 밑으로 떨어져 비상이 걸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 등 향후 금리 하락이 예상되고 금융당국의 규제까지 동시에 강화돼 킥스 비율 방어가 쉽지 않다"며 "자본비율 방어를 위해 결국 후순위채 발행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데 규제 강화로 인해 치러야 하는 이자부담이 지나치게 과도하다"고 우려했다. 다른 관계자는 "할인율 규제가 강화되는 만큼 금융당국의 권고치인 킥스 비율 150% 기준선도 하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금리 하락 등 시장 상황을 감안해 최종 관찰만기 30년 확대 등 할인율 개선안을 단계적으로 완화해서 도입하는 방안 등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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