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크라, 에너지 시설 공격 중단 논의 중"…평화회담 물꼬 트나

머니투데이 이지현 기자 2024.10.30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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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앞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서로의 에너지 시설 공격 중단을 논의하고 있다. 협상이 타결될 시 2년 넘게 이어져 온 양국 간의 충돌이 일부 완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취임 이틀 만에 키이우를 방문한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 기자회견서 "우리는 장거리 무기를 포함해 양적, 질적으로 충분한 무기가 필요하다. 더 빨리 지원해 달라”고 밝히고 있다. 2024.10.04  /AFPBBNews=뉴스1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취임 이틀 만에 키이우를 방문한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 기자회견서 "우리는 장거리 무기를 포함해 양적, 질적으로 충분한 무기가 필요하다. 더 빨리 지원해 달라”고 밝히고 있다. 2024.10.04 /AFPBBNews=뉴스1


2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정통 소식통들을 인용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서로의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는 것에 대해 예비 논의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 8월 카타르가 중재한 협상과 관련한 것인데, 당시 협상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쿠르스크주에 진격하면서 무산됐다. 한 외교관은 "협상 재가동 가능성과 관련한 논의가 매우 초기 단계에 있다"며 내부 분위기를 설명했다. 또 다른 우크라이나 고위 관계자는 정보기관급 합의에 따라 양국이 최근 몇 주 동안 서로의 에너지 시설 공격 빈도를 줄였다고 밝혔다.

에너지 인프라는 겨울을 앞둔 양국에 중요한 문제다. 특히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에너지 생산 역량의 절반 이상이 파괴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현재 원자력 발전 시설과 유럽 동맹국으로부터의 에너지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과거에도 양국은 우크라이나 전력 시설과 러시아 정유시설을 향한 공격을 피하는 것이 상호 이익에 부합한다는 점에 뜻을 모은 바 있다. 우크라이나 관리 4명은 FT에 2022년과 2023년에도 양국이 서로의 에너지 시설을 공격하지 않기로 '암묵적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들은 그 결과로 당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전력 인프라에 대한 대규모 공격을 자제했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들은 이 암묵적인 합의가 공식적인 합의로 향하기 위한 초석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2023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대한 반격에 실패한 후 러시아를 압박하기 위해 러시아의 석유 시설에 대한 드론 공격을 재개했고, 러시아는 암묵적 합의가 깨진 것으로 간주했다고 전해진다.

이번 협상에서도 양국 합의가 타결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직 크렘린궁 고위 관리는 우크라이나가 쿠르스크 지역을 점령하고 있는 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협상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역시 러시아를 협상 테이블에 앉히기 위해 압박하려는 의도로 러시아의 정유시설을 계속 공격할 것이라고 내다 봤다. 실제로 우크라이나는 올해에만 러시아 32개 주요 정유소 중 최소 9곳에 피해를 줬다.


이와 관련,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과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논평을 피하면서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만약 양국이 협상을 타결한다면 긴장을 완화하고 확대 협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중요한 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달 들어 "에너지 시설을 보호하기 위한 협상은 러시아가 더 광범위한 평화 회담에 참여할 용의가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FT는 "이번 합의는 푸틴 대통령이 2022년 초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을 명령한 이후 가장 중요한 전쟁 완화로 기록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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