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금리인하 더 이상 없다?…"어느새 1400원" 새로운 변수 등장

머니투데이 김주현 기자 2024.10.30 16:01
글자크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점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무언가를 가리키며 관계자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스1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점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무언가를 가리키며 관계자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스1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가 예상보다 더뎌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안정 국면으로 들어서는 듯 했던 원/달러 환율이 1400원선을 위협하는 등 변동성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내수 경기가 예상경로 대로 회복하고 있다는 한은의 평가도 속도 조절론에 힘을 싣는다.

30일 한은에 따르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다음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는 다음달 28일 열린다. 연내 마지막 통화정책방향 회의다. 앞으로의 통화정책 결정에는 △성장 △환율 △가계부채 등이 핵심 고려 요인으로 꼽힌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전날(2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향후 통화정책에 대해 "수출 성장률이 떨어지는 상황에서의 내년 경제 전망과 미국 대선 이후 달러 강세 지속 여부, 거시건전성 정책이 가계부채에 미치는 영향 등 세 가지를 종합적으로 볼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사실상 연내 추가 인하는 물건너 갔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한은이 3년2개월 만에 피벗(pivot·정책기조 전환)을 했지만 연속 인하를 단행하기엔 부담이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외환시장 변동성이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환율은 앞선 금통위에서 비중있게 고려하던 사안이 아니었지만, 앞으로 금리 결정에 있어 영향력이 커졌다. 지난달 말 1310원선 밑으로 내려갔던 원/달러 환율은 이날까지 7거래일 연속 1380원대에 머물고 있다.

이 총재도 "달러가 굉장히 강해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우리가 원하는 것보다 높게 올라있고 상승 속도도 빠르다"고 경계했다.

강달러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중동지역 분쟁이나 미국 대선 등 달러 강세를 진정시킬 재료보다는 부추길 요인이 더 많다. 이 총재는 "중앙은행 총재끼리 다음달 연준이 금리를 25bp(1bp=0.01%포인트) 낮춘다고 해서 강달러 추세가 쉽게 전환되지 않을 수 있다는 논의를 했다"고 말했다.


가계부채의 경우 '정점을 지났다'는 둔화 흐름이 확인되면서 10월 금리인하의 근거가 됐지만 여전한 우려 요인이다. 추세적 하향으로 보기는 이른감이 있다는 점에서 금리인하 속도에 브레이크를 건다.

지난 11일 금통위 의사록에서도 대다수의 금통위원들이 "가계부채 상황을 계속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회의에서 유일하게 '동결' 의견을 냈던 장용성 위원은 "통화정책 완화 기대가 주택가격 상승세를 재점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0.1% 성장에 그친 3분기 GDP(국내총생산)를 평가하는 한은의 시각이 낙관적이라는 것도 금리인하 속도조절론을 뒷받침한다. 내수 회복이 더디기 때문에 금리인하를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에도 한은은 거듭 반박해왔다.

이 총재도 일각에서 나오는 '경기침체론'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 "4분기 성장률이 정말 안나온다고 해도 잠재성장률(2%) 보다는 반드시 높을 것이기 때문에 성장이 갑자기 망가져 경기를 부양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 속도도 당초 예상보다 빠르지 않을 것이란 견해가 많아졌다. 우려와 달리 미국 경제지표가 양호한 성적표를 받아들면서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기준 연준이 11월 빅컷에 나설 가능성은 1.1%로 나타났다. 사실상 추가 빅컷 기대가 사라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한편 한은은 연내 8번의 통방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아직 내년도 회의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