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제너럴리스트 vs 스페셜리스트

머니투데이 반영은 인베스터유나이티드 대표 2024.10.31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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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영은 인베스터유나이티드 대표반영은 인베스터유나이티드 대표


10년 전이다. 필자는 당시 KDB산업은행 M&A실에서 근무했는데 하루는 퇴직한 선배님 한 분이 M&A실 팀장들에게 점심을 사주며 엉뚱한 질문을 하셨다. 그 선배님은 우리 인생에 없는 3가지가 무엇이냐고 물으셨고 여러 정답이 가능한 선배님의 질문에 대한 답은 1. 공짜, 2. 비밀, 3. 정답이었다. 특히 세 번째 정답은 꽤나 철학적이다. 우리 인생에서 모든 이에게 적용되는 단 하나의 정답은 없다는 말이다.

우리가 직장생활을 하는 데 있어 제너럴리스트형 직무경로를 추구할 것이냐, 스페셜리스트 타입을 따를 것인가에서도 정답은 없다. 개인의 성향, 조직의 성격 등에 따라 스페셜리스트가 잘되는 조직이 있고, 제너럴리스트형 임원이 많은 조직도 있다.



필자가 30여년 전 산업은행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할 당시엔 대부분 회사가 공채로 신입사원을 뽑았고 단체연수를 마친 직원들을 회사 인사부에서 각 부서로 배치했다. 아마도 당시 경영층은 누구나 특정 부서에 배치하면 그 부서 선배들에게서 일을 배워 맡은 일을 잘해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 것 같다.

1990년대 초 신입행원 시절부터 2024년 오늘까지 우리나라의 인사제도는 얼마나 변했을까. 여전히 많은 국내 은행은 공채로 특정 인원을 선발하고 인사부 연수팀에서 단체연수를 시킨 후 인사팀이 부서를 배치하는 것으로 안다. 그리고 한 번 배치된 부서에서 2~3년간 근무하면 순환근무라는 명목으로 근무하는 부서를 바꿔준다. 물론 순환근무는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다양한 직무를 경험할 수 있고 직원들의 횡령을 방지하는 등 내부통제에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생체인증이 가능하고 전산시스템이 획기적으로 발전한 오늘날도 순환근무를 해야만 내부통제가 가능하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해 보인다.



필자는 M&A 등 투자금융업계에서 20년 이상 일하면서 많은 외국 금융기관의 전문가와 경쟁했고 산업은행 뉴욕지점에도 6년간 근무하면서 외국 금융인들과 교류했다. 이들은 회사를 이직하더라도 같은 고객, 같은 상품을 다루며 평생 자신들의 전문분야에서 일한다. 이런 전문가들과 경쟁해야 하는데, 순환보직 인사시스템으로 제너럴리스트를 양산하는 대한민국이 경쟁력 있는 금융선진국이 될 수 있을까.

최근 우리나라가 싱가포르를 벤치마크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동남아의 도시국가 싱가포르는 인구가 600만명도 안되는 작은 나라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2023년 말 기준 1인당 GDP는 9만1100달러로 한국의 2.5배가 넘는 금융선진국이다. 그리고 부럽게도 싱가포르엔 효율적인 정부가 있고 싱가포르개발은행(Development Bank of Singapore·DBS)과 같은 훌륭한 은행이 있다.

DBS는 싱가포르 정부 소유의 국책은행으로 출발했으나 현재는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테마섹이 대주주다. 이 은행은 10여년 동안 피유시 굽타가 최고경영자로 은행을 이끌고 있는데 그는 인도 뉴델리에서 대학과 대학원을 나온 인도 사람이다. 그는 DBS를 디지털뱅킹 및 지속가능성 이니셔티브의 선도은행으로 변모시켰고 그의 리더십하에 DBS는 세계 최고로 혁신적이며 미래 지향적인 은행이라는 명성을 얻었다.


피유시 굽타는 중국계 화교가 아닌 인도인이지만 동남아 씨티뱅크에서 오랫동안 일한 금융전문가다. 한국에서는 주류가 아닌 외국인 은행장을 10여년 동안 한 자리에 두면서 그가 소신껏 경영하는 여건을 만들어줄 수 있을까.

제너럴리스트 vs 스페셜리스트? 정답은 없다. 하지만 현재의 한국엔 좀 더 많은 스페셜리스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자신들의 분야에서 좀 더 과감히 도전하고 그 과정에서 겪는 여러 실패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를 좀 더 혁신적인 미래로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반영은 인베스터유나이티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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