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영은 인베스터유나이티드 대표
우리가 직장생활을 하는 데 있어 제너럴리스트형 직무경로를 추구할 것이냐, 스페셜리스트 타입을 따를 것인가에서도 정답은 없다. 개인의 성향, 조직의 성격 등에 따라 스페셜리스트가 잘되는 조직이 있고, 제너럴리스트형 임원이 많은 조직도 있다.
1990년대 초 신입행원 시절부터 2024년 오늘까지 우리나라의 인사제도는 얼마나 변했을까. 여전히 많은 국내 은행은 공채로 특정 인원을 선발하고 인사부 연수팀에서 단체연수를 시킨 후 인사팀이 부서를 배치하는 것으로 안다. 그리고 한 번 배치된 부서에서 2~3년간 근무하면 순환근무라는 명목으로 근무하는 부서를 바꿔준다. 물론 순환근무는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다양한 직무를 경험할 수 있고 직원들의 횡령을 방지하는 등 내부통제에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생체인증이 가능하고 전산시스템이 획기적으로 발전한 오늘날도 순환근무를 해야만 내부통제가 가능하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해 보인다.
최근 우리나라가 싱가포르를 벤치마크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동남아의 도시국가 싱가포르는 인구가 600만명도 안되는 작은 나라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2023년 말 기준 1인당 GDP는 9만1100달러로 한국의 2.5배가 넘는 금융선진국이다. 그리고 부럽게도 싱가포르엔 효율적인 정부가 있고 싱가포르개발은행(Development Bank of Singapore·DBS)과 같은 훌륭한 은행이 있다.
DBS는 싱가포르 정부 소유의 국책은행으로 출발했으나 현재는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테마섹이 대주주다. 이 은행은 10여년 동안 피유시 굽타가 최고경영자로 은행을 이끌고 있는데 그는 인도 뉴델리에서 대학과 대학원을 나온 인도 사람이다. 그는 DBS를 디지털뱅킹 및 지속가능성 이니셔티브의 선도은행으로 변모시켰고 그의 리더십하에 DBS는 세계 최고로 혁신적이며 미래 지향적인 은행이라는 명성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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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유시 굽타는 중국계 화교가 아닌 인도인이지만 동남아 씨티뱅크에서 오랫동안 일한 금융전문가다. 한국에서는 주류가 아닌 외국인 은행장을 10여년 동안 한 자리에 두면서 그가 소신껏 경영하는 여건을 만들어줄 수 있을까.
제너럴리스트 vs 스페셜리스트? 정답은 없다. 하지만 현재의 한국엔 좀 더 많은 스페셜리스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자신들의 분야에서 좀 더 과감히 도전하고 그 과정에서 겪는 여러 실패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를 좀 더 혁신적인 미래로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반영은 인베스터유나이티드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