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공탁금' 넘보는 국민은행, 부산·대구 지역 공탁금 은행 선정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 /사진제공=국민은행 /사진=국민은행

KB국민은행이 부산과 대구지역 법원의 공탁금 보관은행으로 지정되며 신한은행의 아성을 넘어섰다. 공탁금 보관은행 부문에서 신한은행이 압도적인 점유율을 가진 가운데 저원가성 예금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은행의 도전이 계속되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의 공탁금 보관은행으로 국민은행을 지정했다. 법원행정처는 지난 7월 공고를 내고, 두 법원의 공탁금 보관은행 재선정 작업을 진행했다. 국민은행은 내년 6월9일부터 2029년까지 약 4년 6개월 간 두 법원의 공탁금을 관리한다.

공탁금은 민·형사 사건에서 당사자 간 합의금이나 배상금 규모에 다툼이 있을 경우 최종 금액 확정까지 법원이 맡아두는 돈이다. 은행은 보관했던 공탁금을 관리하면서 0.1~0.35%의 이자만 지급해 저원가성 예금을 조달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또 법원 직원과 민원인을 고객으로 확보하는 부수 효과도 노릴 수 있다.

국민은행은 이번 공탁금 보관은행 선정을 두고 신한은행과 치열한 경쟁을 벌인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은행은 이재근 국민은행장이 직접 공탁금 보관은행 선정 프레젠테이션에 나가는 등 경쟁에 적극 나섰다.

특히 부산지법 동부지원은 1988년부터 신한은행이 보관은행의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선정결과는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부산지법 동부지원의 공탁금 보관 규모는 지난 5월 말 기준 1687억원이다.

신한은행은 옛 조흥은행 시절부터 법원 공탁금 관리를 맡아오면서 공탁금 부문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인다. 은행연합회가 정무위원회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10개 법원 공탁금 보관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평균잔액은 11조4870억원이다.

이 중 신한은행이 점유율 64.7%(7조4370억원)로 1위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공탁금 운용수익으로 3287억원을 거뒀다. 인천지법과 수원지법의 공탁금 보관은행을 맡고 있는 국민은행은 전체 공탁금의 9.6%(1조1018억원)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운용수익은 235억원이다.


공탁금 보관은행 선정을 위한 경쟁이 본격화된 것은 2017년부터다. 과거엔 법원마다 기존 관리 은행의 '적격성'만 심사한 뒤 계약기간을 연장했다. 하지만 기존 은행에 유리하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대법원은 재지정 시기가 다가온 권역마다 법원 두 곳에 공개입찰을 진행하고, 나머지는 적격성 심사로 재지정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신한은행이 공탁금 보관은행 부문에서 워낙 점유율이 높기 때문에 최근 공개입찰에서 불리한 부분도 있다"며 "금리 변동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저원가성 예금의 확보가 중요해지는 만큼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