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새마을금고만 대출규제 '열외'…'풍선효과' 이유 있었다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2024.10.28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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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새마을금고 가계대출 추이/그래픽=윤선정올해 새마을금고 가계대출 추이/그래픽=윤선정


최근 새마을금고의 집단대출(잔금대출)이 대폭 늘어난 배경으로 상호금융권에서 유일하게 잔금대출 만기가 40년으로 다른 업권보다 10년 긴 점이 꼽히고 있다. 규제 차이로 20개가 넘는 금고들이 공동으로 동일 분양 아파트 단지에 집단대출을 수천억권 규모로 실행하는 등 공격적인 영업이 가능했다. 일부에서는 대출 리스크(위험)도 커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가계대출 '풍선효과' 새마을금고, 유일하게 잔금대출 40년 적용
28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상호금융권의 주담대 잔액이 1조원 가까이 급증해 '풍선효과'가 뚜렷해졌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새마을금고의 잔금대출인 것으로 확인됐다. 잔금대출은 대출자 개개인의 신용도를 따지지 않는 집단대출의 일종으로 분양 아파트에 중도금 대출 이후 나가는 마지막 대출이다. 새마을금고 주담대의 70%가 잔금 대출이었다.



새마을금고의 잔금대출이 짧은 기간 급증한 이유는 상대적으로 느슨한 대출규제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상호금융권은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에 따라 잔금대출과 일반 주담대의 대출 만기를 30년으로 제한해 왔다. 하지만 새마을금고는 2022년 11월쯤 가이드라인을 완화해 잔금대출 만기가 40년으로 연장됐다. 상호금융권에서는 유일하게 규제가 완화된 것이다.

모든 상호금융권이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50%를 동일하게 적용하는 상황에서 새마을금고만 만기 40년을 적용함에 따라 대출한도가 수백만원~수천만원 더 나올 수 있게 됐다. 특히 지난 9월 이후 DSR 40%를 적용하는 은행권에서 가계대출 관리 차원에서 만기를 대부분 30년 이내로 제한하면서 새마을금고 잔금대출 영업에 훨씬 유리한 상황으로 전개됐다.



가계대출 규제/그래픽=최헌정가계대출 규제/그래픽=최헌정
이달초 시중은행 제치고 2000억원 규모 잔금대출
실제 이달 초 경기도 한 분양 아파트 단지에서 새마을금고가 시중은행을 밀어내고 2000억원 규모의 잔금대출을 내줬다. 가계대출 관리 압박을 받은 시중은행이 금리를 연 6%대로 유지하자 새마을금고가 4%대를 제시하며 조합원을 설득했다. 새마을금고의 대출 만기가 40년으로 은행보다 더 긴 '규제차익'도 대출 쟁탈전에 유리한 요소였다. 새마을금고는 다음달에도 수도권의 한 분양 아파트에 약 2000억원 규모의 중도금대출 계약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새마을금고는 수천억원 규모의 잔금대출을 하면서 20개 이상의 금고가 대거 참여했다. 농협 등 다른 상호금융권에서 한두개 조합만 참여하는 것과는 대비된다.

상호금융권은 동일 차주에 자기자본의 20% 이내로 대출하는 규제를 받는다. 자기자본이 작은 새마을금고가 수천억원 규모의 잔금대출을 내주기 위해 수십개 조합이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 다른 상호금융권은 내규에 따라서 동일 사업장에 일정수 이내의 조합만 참여하도록 자율적으로 제한하고 있으나 새마을금고는 이같은 공동대출 기준이 없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이나 건설업 관련 대출의 경우 공동대출 모범규준이 적용돼 최대 15개 조합까지만 참여하도록 규제를 강화했지만, 집단대출의 경우 별도 규정은 없고 각 상호금융업권별 내규에 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새마을금고의 가계대출 '풍선효과'에 감독당국이 다른 것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금융당국이 아닌 행정안전부 관할인 새마을금고만 유일하게 만기 40년이 가능한데다, 잔금대출에 공동대출 규제도 적용하지 않고 있어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부동산 PF 대출에 공동대출이 막힌 새마을금고가 이번에는 잔금대출로 공격적인 영업을 하고 있다"며 "가계대출 풍선효과 문제 뿐 아니라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도 심각하게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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