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 10시쯤 서울 송파구 가락동농산물시장에서 30년차 배추도매상 정모씨(75)가 배추를 손질하고 포장하고 있다. /사진=이현수 기자
28일 오전 10시쯤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 무·배추 경매장. 7톤 트럭에 속이 꽉 찬 배추 1800여포기가 쌓였다. 이날 밤 도매상에게 판매할 상급 배추다. 배추, 상추 등 엽채류 도매상 정모씨(33)는 "여름 '금배추' 시절보다 가격이 많이 내렸다"며 이같이 말했다.
30년째 배추 도매상을 하는 70대 여성은 시장 한편에서 다른 도매상 5명과 함께 산더미처럼 쌓인 배추를 칼로 다듬었다. 배추 크기에 따라 3개씩 묶어 망에 담았다. 상품성이 떨어지는 배추는 솎아냈다. 이렇게 망에 넣은 배추는 트럭에 실린다.
28일 오전 서울 송파구 가락동농산물시장에 도착한 7톤짜리 트럭에 배추 약 1800포기가 쌓여있다. 배추들은 이날 밤 10시 경매 예정이다. /사진=이현수 기자
그래픽=김다나 디자인기자
가락시장 도매상들은 이달 들어 배추 가격이 조금씩 내려갔다고 말했다. 무덥던 장마철에 작황이 부진했지만 선선해진 날씨에 상품성도 나아졌다.
엽채류 도매상 김모씨(62)는 "여름에 폭염으로 배추가 녹아서 다시 심느라 2~3번 재파종했다"며 "배춧속이 꽉 차지 않았는데 홍수 때문에 100일 재배해야 하는 배추를 80일만에 수확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10월 초부터 매일 조금씩 가격이 떨어지면서 현재까지 많이 내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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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오면서 배추를 사 올 수 있는 생산지도 늘어났다. 배추 도매상 조모씨(67)는 "강원도 배추만 나오다가 요즘은 경북 영양·청송, 충북 단양 등 중부지방에서 배추가 많이 나오고 있다"며 "날씨가 좀 더 쌀쌀해지면 전라도 지역 배추도 나오면서 공급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본격적인 김장철인 다음 달 중순부터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상인 정모씨(75)는 "지금이 제일 싼 때일 수도 있다"며 "가격이 내렸어도 올해 전반적으로 작황이 안 좋아서 김장철 배추 수요가 늘면 다시 오를 수도 있다"고 했다.
소비자들 "이 가격에 김장 못 해"…식당가도 '한숨'
28일 낮 12시쯤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손님이 배추보다 저렴한 얼갈이를 집어들고 있다. 이날 배추가격은 농림축산식품부 할인지원가 기준 5,584원이다. /사진=이현수 기자
60대 여성 B씨도 "배춧값이 많이 내렸지만 1포기 3000원은 돼야 김장을 해볼 것"이라며 "절임 배추를 예약할까 하다가 가격 보고 하려고 아직 안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뭇값이 꽤 내렸다"며 "배춧값이 여기서 더 안 내려가면 깍두기를 담글 것"이라고 했다.
식당가 사정도 마찬가지다. 서울 강남구 국숫집에서 일하는 C씨는 "대형마트에서 국산 배추를 사서 매일 아침 겉절이를 담그는데 8~9월 배추 비쌀 때도 같은 양을 손님들에게 내서 타격이 컸다"며 "식당에서는 1포기 2000원까지 내려와야 정상인데 요즘 물가에 그 정도는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에서 부대찌개를 운영하는 D씨도 "배춧값이 비싸서 지난달부터 반찬으로 김치를 못 내놓고 달라는 손님한테만 내드렸다"며 "요즘 포기김치 10㎏가 5만원인데 3만원까지 내려야 손님에게 기본 찬으로 내놓을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