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현미경 심사에 IPO 보릿고개...8·9월 80% 감소

머니투데이 홍재영 기자, 김진석 기자 2024.10.28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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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기업들의 증권신고서를 더 촘촘하게 보면서 움츠러들었던 기업공개(IPO) 시장이 제한적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준비를 강화한 기업들이 다시 출격을 시도하는데, 시장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상장시 수익률도 차별화 된다. 시장 위축 우려는 여전하지만 깐깐해진 심사로 오히려 옥석가리기가 된 측면도 있다.

8·9월 침체됐던 IPO 시장, 10월 되자 '꿈틀'
9·10월 IPO 시장 현황/그래픽=김다나9·10월 IPO 시장 현황/그래픽=김다나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IPO 슈퍼 먼스(Super month)인 이달 신규 상장 기업은 예정 기업을 포함해 총 10곳이다.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상장을 제외한 수치다. 일반 투자자 대상 청약이 진행되는 기업이 16곳이고 수요예측 진행 기업도 20여개에 달한다. 지난달 신규 상장이 2건, 일반청약이 2건, 수요예측이 8건으로 모두 이달 들어 증가했다. 최근 몇 달 간 IPO 시장이 불황을 겪은 것과 비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금감원의 직접금융 조달 실적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IPO는 총 10건으로 금액은 2352억원 규모다. 이는 전월 대비 80.8% 감소한 수치다. 8월에 전월 대비 주식 발행규모가 74.6% 감소한 것도 IPO가 크게 줄어든 영향이 컸다. 지난 9월에는 IPO가 더 감소해 총 4건에 불과했고 618억원 규모로 전월 대비 73% 줄었다.

9월까지 IPO 시장이 위축됐던 것은 금감원의 현미경 심사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지난해 파두부터 뻥튀기 상장 논란이 이어진 것이 배경이다. 파두 뻥튀기 상장 의혹은 IPO 준비 기업들에 대한 의심을 키웠고 현재도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감독당국은 IPO 기업들의 증권신고서를 더 촘촘하게 점검하는 추세다.



그러자 상장을 준비하던 기업들의 일정 변경이 불가피해졌다. 8, 9월에 공모 절차를 마치고 당월 상장을 준비했던 기업들 다수가 정정신고서 제출로 일정을 연기했다. 이 기간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대부분의 기업이 적게는 1회, 많게는 5번까지 신고서를 정정했다.

깐깐한 금감원에 어려워진 상장…옥석가리기 순기능도
금융감독원 전경/사진=뉴스1금융감독원 전경/사진=뉴스1
시장 참여자들의 신뢰도가 낮아져 새내기주가 저조한 수익률을 보인 것도 시장 부진의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하반기 들어 지난 25일까지 상장한 기업(스팩상장 및 합병 제외) 27곳 중 10곳이 상장 첫날 공모가에도 못 미친 가격에 마감했다. 따따블(공모가의 네배)를 달성한 기업은 티디에스팜 한개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이후 내림세를 지속해 공모가 수준까지 돌아갔다.

부진했던 IPO 시장이 10월을 기점으로 회복세를 나타내지만 공모 기업별 차별화 흐름도 관측된다. 기업공개에 나서는 회사들이 늘어도 수요예측과 공모청약의 흥행 여부는 실적 등 주요 지표와 업황, 성장성 등에 따라 엇갈리고 있다. 하반기 공모시장의 두 축이었던 케이뱅크와 더본코리아에 대한 기관 투자가의 평가가 엇갈린 게 대표적이다.


한 기관 투자자는 "과거 지난해까지만 해도 공모주에 투자를 하면 상장 첫날에는 무조건 돈을 번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며 "최근에는 공모 단계에서부터 금융당국이 검증을 깐깐히 하고 있고 첫날부터 급락하는 종목도 적지 않아 기관들 역시 최대한 조심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당국의 검증은) 과도한 몸값 부풀리기가 제한된다는 점에서 시장의 정상화 과정이라는 장점도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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