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2' 문근영 / 사진=넷플릭스
그런데 25년이 지나 서른일곱 살이 된 넷플릭스 ‘지옥2’(연출 연상호, 각본 연상호 최규석) 속 문근영은 우리가 그를 잘 알고 있었는지 다시 생각하게 한다. 눈 마주칠까 무서운 그로테스크한 화장에 광기와 흥분이 서린 고양된 목소리, 광신도의 포악하고 기괴함을 진하게 끌어안은 채 보는 이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잘 알고 있었다고 생각한 이 배우의 ‘지옥2’에서 모습은, 낯설다 못해 충격적으로 다가와 이 작품에 찌르르한 반전을 선사한다. 연상호 감독이 “‘지옥2’ 문근영은 마치 조커 카드 같다”라고 미리 귀띔해 줬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지옥2' 문근영 / 사진=넷플릭스
교단에 오른 지원이 “당신은 왜 지옥에 가나요? 당신의 죄가 무엇이길래?”라며 포효하는 장면에선 절로 “미쳤다”라는 외마디가 터져 나온다. 지원이라는 인물의 광기도 미쳤고, 문근영의 연기도 미쳤다. 근본적으로는 이 미친 인물의 광기를 오롯하게 끌어안은 문근영의 연기력이 미쳤다. ‘지옥2’는 모두가 미쳐버린 세상에서 미치지 않으려 노력하는 자들을 조명하는 작품이지만, 문근영이 등장할 때만큼은 미친 사람에게로 주객을 전도시킨다.
'지옥2' 문근영 /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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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광신도의 말투를 능란하게 구사한다거나 분장을 괴기하게 해서만으로는 만들 수 없는, 이를테면 타고난 그릇 같은 것이다. 문근영은 극 중 남편이 클라이언트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며 농담처럼 “그런 사람은 시연 안 받나 몰라”라고 말하는 순간, 텅 비었던 두 눈에 애통과 분개를 순식간에 실어넣는 기막힌 기복을 보여준다. 이것이야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타고난 연기 그릇이다.
그래서 문근영은 알았지만 몰랐고, 몰랐지만 알게 된 것들로 ‘국민 여동생’이라는 타이틀 이후 ‘지옥2’로 새로운 방점을 찍는다. 연기 잘하는 것은 알았지만 그것으로 흉포한 얼굴까지 가능할 줄은 몰랐고, 이렇게 기괴한 얼굴이 있는 줄 몰랐지만 그만큼 스펙트럼 넓은 배우라는 것을 알게 했다. 생각해 보면 문근영은 이십 대 중반의 나이에 은조(‘신데렐라 언니’)와 마주했을 때, 뼈 때리는 말의 날카로움으로 이복동생 효선(서우)뿐만 아니라 수많은 청춘을 눈물 쏟게 했다. 진즉 예사롭지 않았지만 ‘국민 여동생’ 이미지에 잡아먹혀 애매한 경계에 갇히기도 했던 이 배우는, 세월이 선물한 유연함으로 ‘국민 여동생’이라는 타이틀을 역이용해 그 반전으로 자신을 새롭게 각인시킨다.